다가올 초고령사회... 일하고 돈 쓰는 '신노년'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2.02.08 04:30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예상
고용과 소비 시장에서 '신질서' 필요
고령연령 상향해 위기 돌파해야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달 5일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인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함께그린카페를 방문해 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32> 초고령사회의 신질서 ‘젊은 늙음이 사는 법’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임박했다. 2025년 정도가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넘는 '고령사회'에 들어온 지 고작 7년 만의 일이다(2018년→2025년). 추계대로면 세계신기록이다. 현재 고령인구가 전체의 29% 정도인 일본도 11년이 걸렸는데 (1994년→2005년), 한국은 이를 가볍게 추월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화는 지금까지와는 판이 다른 신세상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일반상식·고정관념은 설 땅이 없다. 뉴노멀의 달라진 게임규칙이 적용된다. 변화는 동시다발이나 생존과 성장의 승패는 ‘위기 vs 기회’로 엇갈린다. 뛰어나도 변화에 둔감하면 위기요, 부족해도 시대에 올라타면 기회다.

초고령사회는 시대변화가 농축된 신질서로의 개편을 뜻한다. 이미 신질서는 물밑에서 활발하게 윤곽 잡기에 돌입했다. 시장의 발 빠른 선도세력군은 달라진 생산·소비전선의 선제 대응에 열심이다. 법률·정책으로 신질서를 만드는 규칙제안자도 초고령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신질서로 가는 길에 경착륙은 불가피하다.

정년연장 온도차... 노청갈등·양극화 시한폭탄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정년연장으로 표현되는 '고령근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측을 초월한 저출산 탓에 연금고갈의 데드라인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벌써 후속세대는 연금수급을 의심하며 제도 지속에 거부감을 갖는다.

정도와 구간 차이는 있을지언정 ‘저부담·고급여→고부담·저급여’로의 개혁만이 돌파구다. 이 답을 놓고 실행을 미룬다 해도 모두가 웃을 묘책은 나올 수 없다. 연금을 아끼는 효과적인 방법은 수급연령의 상향 조정이다. 65세부터도 부족하니 67세·70세로 수급 시한을 늦추는 식이다.

반면 현실정년은 대부분 60세 안팎이다. 기술직은 사정이 좀 낫지만 사무직인 화이트 칼라는 50대 초면 퇴직위기에 몰린다. 정년시점을 연금 수급연령과 맞춰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셈이다. 은퇴 이후 소득 단절은 방치하면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은 사회적으로 쉽게 합의되기 어려운 이슈다. 노인과 청년층 대결을 심화시킬 뇌관이 될 수 있는데다, 세대 간 일자리 쟁탈전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정치권이 이 문제와 관련해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년연장이란 신질서는 같은 세대 내 양극화 문제도 건드릴 수 있다. 같은 고령근로자라도 누구는 정년연장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다. 정년은 노사 간 준칙사항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대기업과 공무원·공공기관 취업자가 우선해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전체취업자의 20%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고임금·철밥통'이라 고령빈곤의 위험도 적었던 일자리다. 정년연장이 노년 빈곤을 낮춘다는 취지와 엇갈린다는 얘기다.

대한은퇴자협회원들이 지난 2019년 5월 3일 서울 종로구 S타워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혁 논의 조속 처리 요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청년에서 노년으로... 소비시장 큰손 교체

소비측면의 신질서는 '고령경제'로 요약된다. 초고령사회라면 ‘현역→노년’으로의 무게 이동은 일반적이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도 초고령화되는 것이다. 현역인구의 무한공급이 만든 인플레형 생산·소비의 표준모델은 끝났다.

2%대의 잠재성장률이 뒷받침하듯 감축경제가 눈앞이다. 그럼에도 부가가치의 유지·확대는 간절하다. 투입자원은 제한적인데 산출 성과는 요구되니 쉽잖은 딜레마다. 활로라면 달라진 시대욕구에 맞는 신시장 조성뿐이다. 유력한 잠재후보는 노년마켓이다. 초고령사회를 악재보다 호재로 탈바꿈시키자는 얘기다.

어차피 대량은퇴·수명연장으로 고객 덩치는 커졌다. 늙었다고 안 쓸 수 없듯 달라진 수요를 새로운 재화로 매칭하면 승산은 있다. 환갑 이후 30년이란 비유처럼 소비기간은 확장된다. 그들의 욕구 발굴·수요 제안에 돌입한 기업·시장도 많다.

정부로서도 성장 한계를 뛰어넘을 묘수 마련은 절실하다. 대부분 서비스인 고령 욕구는 내수를 키워낼 유력 수요로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까지 반영되면 노년시장은 한국경제의 '스케일업'에 제격이다.

관건은 초고령사회 당사자의 구매파워에 달렸다. 고령시장이란 신질서는 ‘욕구→소비’로 전환될 때 완성된다. 고무적인 건 꽤 달라진 상황 변화다. 10~20년 전의 노년마켓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별로 없는 맹탕이었다. 50%에 육박하는 상대빈곤율(고령인구)처럼 숫자는 적고 구매력까지 별로라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장밋빛 기대는 참혹한 실패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초고령사회답게 양적·질적인 비중·욕구·의지가 확실시된다. 1,700만 명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는 강력한 구매력을 지녔다. 근로·자산소득은 여타 인구그룹을 압도한다.

5060세대답게 근로소득은 생애 전체의 정점을 찍고,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자산소득도 파워풀하다. 상당해진 연금소득까지 붙는다. 저연금·무연금의 선배세대와 달리 만액조건(20년)을 두루 갖췄다.

고도성장과 맞물려 취업해 보험료(소득비례)를 장기간 내 수급액도 많다. 본격적인 맞벌이세대라 부부 합산이면 노후연금은 탄탄하다.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60세→65세’로 5년 늘리자는 제안도 거든다. 보험료를 더 내면 비례해 훗날의 연금수령액은 커진다. 결국 소비시장 신질서는 노년화에 들어선 베이비부머의 잘 사는 법에 그 작동힌트가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은평구 백련산힐스테이트 단지 내에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하는 노인들. 한국일보 자료 사진


60세는 젊은이... ‘신노년'이 필요한 이유

초고령사회를 지배할 생산·소비의 신질서는 이미 시작됐다. 민간대응이 정책보다 앞서듯 신질서 적응은 시간문제다. '초고령사회'와 '지속 가능성'은 생소하지만 결합시킬 새로운 작동원리일 수밖에 없다.

대응방향을 얘기하자면, 완화(저출산)와 적응(고령화) 중 후자로의 비중 확대와 순위 조정이 시급하다. 적응하면서 완화할 때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과 효율, 합리성이 확보된다.

당장 고령인구를 복지의 수혜 객체에서 사회의 지지 주체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강수명인 ±75세까지는 신질서의 활동주체로 편입하는 게 좋다. 고령활약의 여러 유익한 점을 받아들일 때 세대부조형 사회구조도 탄탄해진다. 경직적인 연령차별형 고정관념은 초고령사회와 부딪힌다.

연령차별은 다양성(Diversity) 경영을 강조하는 ESG 실행준칙에도 위반된다. 반면 고립·질환·빈곤의 고령위기를 활동·건강·풍족의 신규 기회로 전환하는 건 명분·실리 모두에 맞다.

우선과제는 고령연령의 상향 검토다. 60세·65세로 규정된 고령기준을 더 높여 신질서가 안착되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70세·75세로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한 시대변화다. 신노년의 탄생은 뉴노멀의 뼈대다. 이해 조정·개혁 저항의 허들 앞에서 더는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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