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선제타격'으로 막겠다는 윤석열... "핵 보유 정당화 빌미만 줄 것"

입력
2022.01.12 0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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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일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경우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만큼 먼저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선제공격이 야기할 엄청난 후폭풍을 감안하면 대선후보 입에 올릴 발언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 후보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한이) 5일 에도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마하 5 이상으로 핵을 탑재한 미사일이 발사되면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살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킬 체인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예상될 때 이를 먼저 탐지해 제거할 수 있는 군사작전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는 킬 체인과 대량의 미사일 발사로 북한 지휘부와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압도적 대응(KMPR)’, 북한 미사일을 공중요격하는 '다층적 방어체계(KAMD)’를 합쳐 3축 체계라 불렀다. 문재인 정부는 킬 체인 용어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전략표적 타격’으로 순화했다.

윤 후보가 킬 체인 표현을 쓴 건 ‘보수 안보관’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 선제타격도 극우 세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날도 “북핵 고도화 과정을 중단시켜야지 현실로 인정해선 안 된다”며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앞서 남북이 2018년 맺은 9ㆍ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줄곧 완고한 대북 기조를 유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선제타격론을 공개 거론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다. 무엇보다 선제공격을 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 등 남한에 우위를 보이는 ‘비대칭 전력’을 활용, 보복에 나설 게 자명하다.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해 핵 억지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괜히 ‘역공’ 빌미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국제법은 상대방의 공격 의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한 선제타격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북한의 ‘뒷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역시 예정된 수순이다. 한반도 정세를 자칫 공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남측의 선제타격에 대비해 외려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윤 후보의 발언은 안보문제에 초보적 지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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