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지막 칼럼에서 쓴 남극물개가 있었지요. 저도 그렇거니와 바다사자, 물범, 바다표범, 물개나 바다코끼리 등을 곧잘 혼동하곤 합니다. 하여 이번에 조금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상식을 위하여.
이 동물들은 식육목 기각아목에 속합니다. 기각아목, 어려운 말이죠. 기는 한자로 지느러미 기(鰭)를 씁니다. 지느러미 다리를 가진 동물이란 뜻이죠. 영어로는 Pinniped라 표기하는데 라틴어 pinna는 지느러미, ped는 발을 뜻합니다. 바이칼물범을 빼고 대부분 바다에 삽니다. 물범과와 바다사자과, 그리고 바다코끼리로 구분하죠.
코끼리물범과 바다코끼리가 헷갈립니다. 코끼리물범은 말 그대로 물범과에 속하며 코가 튀어나왔죠. 바다코끼리과에 속하는 바다코끼리는 매우 큰 송곳니를 가져 바다코끼리라 부릅니다. 바다사자류는 주로 앞다리로 헤엄치지만, 물범류는 뒷다리를 씁니다. 그러니 바다사자류는 그나마 조금 걷지만, 물범류는 걷는다기보다는 뒤뚱댈 뿐이고 바다사자류처럼 뒷발을 앞으로 접지 못하죠. 따라서 물범류에게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물에 뜬 얼음이나 바위섬이 중요한 휴식처가 됩니다. 또 다른 차이가 있죠. 물범류 귀는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만 바다사자는 작게나마 귓바퀴가 보이죠. 물범은 물이 귀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자 귀를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다네요. 이 밖에도 물범과는 짝짓기 동안 일부일처로 지내지만, 바다사자과는 일부다처의 습성을 가지고 있지요. 따라서 수컷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에 바다사자 수컷은 암컷과 비교하면 매우 크고, 이 싸움 때문에 수명조차도 짧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과 34종이 있고, 우리 바다에서는 물범과의 점박이물범, 바다사자과의 물개, 큰바다사자 3종이 주로 발견되며,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종은 전 연안에서 볼 수 있는 점박이물범과 동해의 물개 정도입니다. 강치로 불렀던 바다사자는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큰바다사자는 떠돌이 개체가 나타날 뿐이죠. 점박이물범은 서해 최북단인 중국 랴오둥만의 해빙 위에서 번식하며 겨울을 보낸 뒤, 새끼와 함께 3월부터 남하해 늦가을까지 서해에 머물며 동해안에는 러시아 개체군이 내려오지요. 우리나라에서 물범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300여 마리가 머무는 서해 백령도입니다.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물범을 조사하고 생태교육 및 생태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려 노력하고 있죠.
우리는 국권 상실과 더불어 많은 자연유산조차도 내줘야 했던 역사를 겪었죠. 1904년부터 일본은 독도 바다사자 남획으로 거의 10년 만에 약 1만4,000마리를 죽였고 1975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죠. 점박이물범조차도 서해 전체에 1940년대 8,000여 마리까지 기록되었으나 지금은 고작 1,50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이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해빙이 줄어들고 남획으로 인한 먹이 감소는 여전한 위협입니다. 올봄, 서해 물범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여전히 필요해 보입니다. 아, 바다표범은 그냥 물범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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