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트랜스젠더 배우 수상… 골든글로브 변화 신호탄?

입력
2022.01.10 17:22
수정
2022.01.10 2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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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올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올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넷플릭스 제공

정말 달라진 걸까.

골든글로브상은 지난 1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공공의 적이었다. 상을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인종과 성별 등 회원(수상자와 수상작 선정 투표권을 지녔다)들의 다양성이 부족한 데다 회계까지 불투명하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해 나와서였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스칼릿 조핸슨 등이 공개 비판에 나섰고,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을 생중계해 온 미 지상파 방송사 NBC가 중계 중단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다. 다급해진 HFPA는 내부 개혁을 선언했으나 아마존 스튜디오와 넷플릭스 등이 시상식 불참을 선언하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올해 시상식을 소수 관계자만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 수밖에 없던 이유다.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 결과만 놓고 보면 골든글로브상과 HFPA의 변화가 감지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남자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상 트로피를 가져간 점이 일단 눈에 띈다. 골든글로브상은 아시아계 배우에 대해 유난히 인색했다. 1981년 일본 배우 시마다 요코('쇼군')가 여우주연상을 아시아 배우로선 첫 수상을 했고, 2006년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그레이 아나토미’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19년 샌드라 오의 여우주연상(‘킬링 이브’)을 포함하면 아시아계 배우의 수상은 단 3차례에 불과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도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인 드라마에 연기상을 안긴 점은 주목할 만하다.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결과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수상자 미카엘라 제이 로드리게스(’포즈’)는 트랜스젠더다. 성별을 바꾼 배우가 골든글로브상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로드리게즈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수상은 LGBTQA(성소수자)와 라틴계, 아시아계 등을 위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헬렌 호크니 HFPA 회장은 “새 회원 21명이 추가되며 협회 내부에 신선한 시선들이 생겨났다”고 평가했다.

TV드라마 부문과 달리 영화 부문에선 여전히 보수적인 면을 보였다.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작품상과 감독상(제인 캠피온), 남우조연상(코디 스미트-맥피)을 차지하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3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예 작품상 등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HFPA는 지난해 미국 영화 ‘미나리’를 영어 대사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후 규정을 바꿨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비영어영화상(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만 수상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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