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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퇴... 바람 잘 날 없는 카카오

입력
2022.01.10 20:30
수정
2022.01.11 08: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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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을 행사한 지 한 달 만으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지는 한 달 반만이다. 사진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카카오 제공

최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을 행사한 지 한 달 만으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지는 한 달 반만이다. 사진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카카오 제공

스톡옵션으로 받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상장 한 달 만에 대거 팔아치워 400억 원대 차익을 챙긴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결국 자리를 내놓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범과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에 경영진의 '먹튀' 논란까지 잇따르면서 회사 이미지도 거듭 추락하고 있다.

내정 한 달 반 만에 자진 사퇴

카카오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사퇴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25일 여민수 현 대표와 짝을 이룰 카카오 공동대표로 개발자 출신인 40대 리더 류영준(45)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하지만 류 대표가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지 한 달 반 만에 물러나면서, 카카오의 새 경영진 구성은 출범도 하기 전에 막을 내리게 됐다.

앞서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했다.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총아'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11월 증시에 입성했는데, 경영진이 상장하자마자 약속한 듯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긴 꼴이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당 20만 원대로 내다 판 900억 원대 주식 가운데, 류 대표는 23만 주를 팔아 가장 많은 469억 원을 현금화했다.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계속 하락해 한 달 사이(10일 종가 14만8,500원) 28%나 급락했다.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진사퇴까지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진사퇴까지

이 사태로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며 먹튀 논란이 커지자 류 대표는 지난 4일 "책임 경영 강화하겠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노조까지 나서 퇴진을 요구하자, 버티던 류 대표도 결국 자리를 내려놨다.

다만 류 대표는 오는 3월까지인 카카오페이 대표 임기는 유지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대표직까지 비우면 당장 경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일단 임기는 유지하기로 했다"며 "카카오의 새 경영진은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류 대표와 함께 주식을 매각한 나머지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여전히 제기된다. 하지만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 등 나머지 임원 7명의 거취는 아직 별도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카카오 이미지에 큰 타격… 계열사 상장에도 악재"

카카오 노조는 이날 사측을 향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를 위한 내부점검 프로세스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류 전 내정자의 지분 대량 매도가 계속 문제 되고 있었지만 선임을 강행해온 지난 과정들은 결국 카카오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중단)을 선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구성원이 느끼는 상실감이 제가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이제는 회사·노조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10일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카카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10일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카카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는 이날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로 카카오는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골목상권 침범에 이어 먹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더는 혁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기존 대기업의 구태를 닮아간다는 여론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계열사 상장 때마다 이번 먹튀 논란은 '경영진의 한몫 챙기기 수단'으로 의심받을 빌미를 제공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핵심 자회사가 상장하면 자연히 모회사의 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카카오로선 그를 만회할 시장의 신뢰까지 잃고 있는 것이 가장 뼈 아픈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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