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없는 바이든의 ‘트럼프 뒤엎기 1년’ 실패

입력
2022.01.11 04:3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해 1월 20일 전후 미국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정권 이양 작업 지연,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속에서 어수선하게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동맹과 우방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내세운 키워드도 단합, 민주주의, 동맹 회복이었다. 특히 “미국은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약속한 게 인상적이었다.

1년 새 그 약속은 어떻게 됐을까. ‘트럼프 정책 뒤엎기(ABTㆍAnything But Trump)’를 앞세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와 사법부를 넘어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다.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우월주의와 맞서겠다 했지만 당파정치는 심해졌고 인종 차별도 여전하다.

공공기관의 미국산 구매 의무화 기준 강화,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같은 공급망 챙기기로 미국 경제 국수주의만 심화했다. 언론 소통 부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훌륭한 어젠다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외교 분야 성과 부족도 뼈아픈 대목이다. 북한에 대화 제의는 했지만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인내 시즌 2’가 이어졌다. 양보한다는 인상을 줬다 공화당에게 약점을 잡힐까 겁을 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 내지 못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때리기도 국내정치용 냄새가 짙었다. 동맹을 챙기겠다 해놓고 1년째 주한미국대사 자리는 지명조차 안 하는 무책임도 문제였다.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하며 위기 극복을 다짐했다. 과연 바이든의 미국과 세계에 언제쯤 기쁨이 찾아올까. 2021년처럼 용기 내지 못하고 돌파구 마련에 실패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3년 임기도 ‘울음’ 속에서 세월을 허비할 게 분명하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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