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없앤다는데… "부처명에 청소년 넣겠다"는 여가부, 속내는?

입력
2022.01.10 17:30
수정
2022.01.13 08:16
10면

청소년 중심 정책, 지난 성과 강조
'사회적 약자 위한 부처'로 존재감 굳히기
"단순 폐지보다 기능 논의가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았다. 둘의 갈등 봉합 직후인 7일 윤 후보는 본인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았다. 둘의 갈등 봉합 직후인 7일 윤 후보는 본인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썼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 공약으로 졸지에 여가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로 존폐가 갈릴 위기에 놓이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여가부는 청소년 관련 업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부처 이름에다 '청소년'까지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치권의 선거 행보에 정부부처가 목소리를 낼 순 없지만 '젠더갈등을 부추겨 표 가르기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라'는 여가부의 불만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가 청소년 주무부처… 패러다임 바꾼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띄운 뒤, 10일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띄운 뒤, 10일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여가부는 10일 2022년을 '청소년 정책 전환의 해'로 삼아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과 관련한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자기주도성 등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는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분은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변화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등으로 청소년의 사회 참여 기반이 강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 증가로 유해정보 노출 등의 문제도 늘었다. 관련 정책 수립에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청소년 얘기를 듣는 청소년정책위원회 출범, 위기청소년 통합정부지원시스템 구축, 쉼터 출신 청소년 근로장학금 지원, 학교 밖 청소년 직업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여가부가 한 일은…' 그간 성과도 강조

여가부 주요 청소년 시설 및 지원 현황


2017년 2021년
상담복지센터 224곳 238곳
청소년쉼터 123곳 134곳
학교밖
청소년
검정고시 합격 8,571명 1만1,177명
대학 진학 616명 1,925명

그러면서 그간의 성과도 자세히 소개했다. 위기청소년을 발굴해 지원하는 지자체 전담기구 청소년안전망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등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무상급식과 청소년생활기록부 도입,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 및 상시점검체계 마련, 게임 셧다운제 폐지 등을 상세하게 알렸다.

한부모가정,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여가부 정책 대상의 중요한 축은 '학교 밖'과 '위기' 청소년들이다.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이들이다. 여가부 예산 중 60%가 한부모 등을 위한 가족돌봄 사업에, 20%가 청소년 보호 사업에 들어간다. 성범죄 등 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사업,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등 여성 사업에 10%씩 투입된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청소년 치료 재활 전문기관인 경기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치료·돌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여가부 제공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청소년 치료 재활 전문기관인 경기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치료·돌봄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여가부 제공


"무작정 폐지? 체제·기능 심도 있게 논의해야"

7일 윤석열 후보가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위쪽 사진)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같은 날 윤 후보 글을 패러디해 쓴 '여성가족부 강화'. 페이스북 캡처

7일 윤석열 후보가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위쪽 사진)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같은 날 윤 후보 글을 패러디해 쓴 '여성가족부 강화'. 페이스북 캡처


물론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권력형 성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여가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미니 부처로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한계다. 하지만 여가부의 정책 대상, 그간 추진실적 등을 감안할 때 구체적 대안이 없이 폐지시킬 경우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정책을 꾸준히 비판해 온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도윤 부대표는 "우리 입장에서 분명 여가부가 답답한 면이 있다"면서도 "여가부도 존폐논란에 대해 심도 깊은 성찰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없애자는 건 여가부 정책이 마치 다 필요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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