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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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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대선의 인상적인 캠페인 중 하나로 2008년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유세가 회자된다. 당시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는 흑인인 데다 이름에 후세인이 들어가 테러리스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근거 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오바마를 아랍인이라고 주장하자 매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는 점잖은 가정의 미국 시민입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그와 중요한 이슈들에서 의견이 다를 뿐이고 이번 선거는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매케인은 고문을 견디며 5년 동안 붙잡혀 있다 풀려나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당시 대선에서는 길어진 이라크 전쟁에 추가로 미군을 파병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는 "전쟁에서 지기보다 차라리 선거에서 지겠다"며 표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2018년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정파를 떠나 "미국의 영웅"이라는 찬사와 함께 대통령 못지않은 추모를 받은 이유다.
□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향한 막말과 음해가 넘쳐난다. 특히 윤석열 후보는 여러 말실수로 논란을 부르더니 상대 후보를 "어이없다" "같잖다"는 상스러운 말로 폄훼했다. 정부를 향해 "삼류 바보들" "대선도 필요없고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는 막말을 불사하다 이번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선동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 기업인의 밑도 끝도 없는 멸공 메시지를 받은 '멸콩' 행보는 도대체 언젯적 대선인가 한숨만 나온다.
□ 보다 못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던 매케인은 책 '사람의 품격'에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단지 인격을 믿을 뿐이다"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의 품격"이라고 했다. 헐뜯기와 낡은 이념 프레임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을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상대 후보를 존중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품격 있는 캠페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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