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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95개국을 모두 다녀온 첫 흑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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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면 더 궁금하고,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청개구리 본성이다. 코로나 시대에 여행에 대한 갈증이 증가하고 외국을 동경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이곳 우간다에서도 마찬가지다. 2021년 7월 18일 이 나라 주요 일간지 '뉴 비전(New Vision)'에는 높이 쌓여 있는 여행 가방에 걸터앉아 오른손으로 지구본을 돌리며 함박웃음을 짓는 여성의 사진이 실렸다. 헤드라인은 '세계를 일주한 첫 번째 우간다인'이고, 부제는 '이 세상 195개의 모든 나라를 방문한 첫 흑인 여성'이었다.
제시카 나봉고(Jessica Nabongo)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우간다 집안에서 태어났다. 4세에 부모와 캐나다를 여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다음에는 모국 우간다를 방문하였다. 18세에 자메이카, 케이맨 제도, 영국 등을 여행했고, 36세에 세이셸 섬에 발을 내디디면서 전 세계를 누빈 첫 흑인 여성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그녀는 이 세상 인간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고 싶었다고 세계를 일주하게 된 동기를 말한다. 그녀가 지구상 모든 나라들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노매드마니아(NomadMania)'라는 세계일주 웹사이트에서 증명되었는데, 2017년에 설립된 이 웹사이트는 해리 밋사이디스(Harry Mitsidis)라는 영국인이 만든 것으로, 세계 여행자들이 권위를 주고받는 일종의 동호회다. 여기에 따르면, 나봉고와 밋사이디스를 포함하여, 이제까지 세계를 제대로 일주한 사람은 총 199명이라고 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가기 힘들었던 나라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모든 곳을 가는 것은 가능했지만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혹시 내가 흑인 여성이라서 그럴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특히 공항 이민국에서 자신의 미국 여권이 가짜라고 여기거나, 우간다 여권을 사용하면 불법체류를 걱정하는 눈치였다는 것이다. 가장 힘든 점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것(staring)'이었는데, 대체로 인종이 동질적인 사회(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그것이 제일 심했고, 인도에서는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래도 피부색 때문에 경찰이 총을 겨누는 미국에 비하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없다고 느꼈다.
그녀가 외국을 방문하면서 가장 놀란 곳은 바로 북한이었다. 우간다 여권을 사용해도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입국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북한 방문을 가장 만류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제일 큰 볼거리는 십만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매스게임(Mass Games)이었고, 6일의 체류기간 중 특히 놀란 점은 사회 분위기가 의외로 '평범(normal)'하다는 것이다. 공원에 앉아 있는 연인, 동네 술집에서 만난 사람, 대화를 나눈 대학생, 현장학습 중인 아이들,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등은 본인이 외부에서 상상한 풍경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을 동경하는 마음만큼이나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경계심도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어색함'은 쌍방적인 것이고, 그래도 그런 만남을 통해 서로 문화와 국적이 다른 이방인이라기보다 공통의 인간존재라는 것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에 대한 묘사와 스토리텔링이 바뀌고 넓어지면서 아울러 관용의 자세도 싹트고 크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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