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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혁명'이라는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올해엔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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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 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일명 디스포저 사용이 허용된 지 올해로 딱 10년째다. 음식물쓰레기를 집 밖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어 '주방혁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아파트 배수관을 막아 층간 다툼을 유발하는 원흉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스포저 사용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새해부터 음식물쓰레기 운운해서 독자들께는 죄송하지만 올해는 이 문제가 꼭 해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다루고자 하니 양해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매립이 금지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도록 하고 있는데 냄새, 미관 등의 문제로 쓰레기 스트레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층아파트에서 좋은 옷 입고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승강기 타고 내려와 버리려니 모양새가 빠진다는 불만도 많다.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싱크대로 편하게 버리고픈 욕망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 욕망을 꼼꼼하게 잘 챙기신 어떤 대통령 때문에 2012년 말 마침내 디스포저 사용이 뚫렸다. 음식물 건더기 중 80%는 걸러내고 20% 미만만 하수로 내려 보낸다는 조건이 붙은 채였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는데 2020년까지 환경부에 보고된 누적 판매량은 18만 대다. 2018년까지는 지지부진하다가 2019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조건이다. 음식물쓰레기 중 80%의 건더기를 걸러내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한다면 디스포저 사용의 의미가 없어진다. 어차피 음식물쓰레기는 배출해야 하는데 굳이 기계로 간 뒤 건더기를 걸러서 배출해야 한다면 그 짓을 누가 왜 하겠는가?
누구라도 디스포저 욕망을 충족하려면 그냥 갈아서 내려보내지 않겠는가? 거름망을 떼어 낸 채 설치하는 불법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불법 기계를 판매한 자도 처벌대상이고 사용하는 소비자도 처벌대상이지만 각 가정의 싱크대 밑까지 세심하게 살펴볼 간 큰 공무원은 없다. 기준은 있으나 관리하기 어렵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들은 당분간 편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주방혁명'에 대한 다양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밖에 없다. 배관 막힘이야 개인들이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하지만 하수처리장 문제는 모두의 재앙이 될 수 있다. 모든 아파트가 불법 디스포저를 설치할 경우 하수처리장 오염부하가 약 30% 증가해 하수처리장 증설비용으로 10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증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이다. 하수처리장 증설이 어려우면 오염부하를 견디지 못해 하수처리시스템이 붕괴한다. '돈 룩 업'이 아니라 '돈 룩 다운'하면서 이 문제를 그냥 외면해야 할까?
결국 쓰레기 문제는 소비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싱크대로 음식물쓰레기 갈아서 내려보내다가 화장실 변기까지 내리지 못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
2021년 5월 국회에서 윤준병 의원이 디스포저 사용을 금지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올해는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디스포저 업체들이 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한데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음식물쓰레기 갈지 말고 하수도법을 새것으로 갈아 버리자. 제발 올해는 끝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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