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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울리기 전 깨는 이유...마음먹기에 달린 호르몬

입력
2022.01.11 05:00
15면

일찍 일어나려는 의지가 호르몬에 영향

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일찍 일어나겠다고 마음먹으면 알람시계가 울리기 전부터 각성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촉진된다. 의지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찍 일어나겠다고 마음먹으면 알람시계가 울리기 전부터 각성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촉진된다. 의지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새해의 희망을 담은 다짐이 곳곳에 넘실거린다. 뜨는 해를 몇 번 지켜보며 새해에는 일찍 일어나서 허둥거리지 않고 출근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작심삼일이라는 뻔한 말처럼 곧 의지가 시들해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람의 육체와 정신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의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행동 역시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잠에서 깨어나 각성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에는 호르몬이 관여한다. 사람의 양쪽 콩팥 위에 위치한 한 쌍의 내분비샘을 부신이라 하는데 부신의 겉부분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위협에 대응하여 분비되는 각성 호르몬으로 단백질이나 글리코젠과 같은 체내의 에너지원을 분해하여 혈당량을 높이고 몸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 상태에서 깨어날 때 역시 코르티솔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혈압과 혈당량을 높여 각성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부신은 뇌로부터 내려온 신경과 호르몬의 조절을 받아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특히 간뇌의 아래쪽에 달려 있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여러 내분비샘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을 분비하는데, 부신을 표적으로 하는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도 그중 하나다. 뇌에서 분비된 ACTH와 ACTH의 자극에 의해 부신에서 분비된 코르티솔이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독일의 연구팀은 건강한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수면과 각성 시 ACTH의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중 한 그룹은 6시간 후에 깨울 것이라고 알려주고 실제 그 시간에 깨웠으며, 다른 한 그룹은 9시간 후에 깨울 것이라고 알려준 뒤 실제로는 6시간 후에 갑작스럽게 깨웠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시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던 그룹은 깨어나기 1시간 전부터 ACTH의 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깨어난 직후 최고 농도에 이르렀다. 반면 9시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알고 있다가 6시간 만에 갑자기 일어나게 된 그룹은 깨어난 이후에야 뒤늦게 ACTH의 농도가 치솟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날 것이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일어날 시간에 근접해 호르몬이 분비되어 미리 각성 상태에 도달하고 오전 활동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알람이 울릴 때쯤 알람 소리를 듣지 않고도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이러한 호르몬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을 뒷받침할 과학적인 실험 데이터인 셈이다. 필자 역시 타고난 저녁형 인간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늘 고역이었지만, 최근에는 출근을 위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는 경험을 자주 하고 있다.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다짐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과학의 힘을 빌려 의지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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