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탈모, 체중 관리부터 시작해야 예방 가능

입력
2022.01.08 11:54
구독

[헬스 프리즘]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탈모는 체중을 적절히 관리하면 예방도 가능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도 도움된다.

탈모 위험 요인을 밝히려는 다양한 역학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외 어떤 연구를 막론하고 흡연과 과체중 두 가지는 항상 일정하게 확인된다.

진화적으로 보면 생명체의 생존ㆍ번성을 위해서 두 가지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에너지 대사를 적절히 관리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종족 보존을 위한 생식 내분비 기능과 자신을 병으로부터 지키는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에너지 대사와 내분비ㆍ면역 기능 두 가지 작용은 지방 대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방층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 외에 아디포카인류라고 통칭되는 수많은 호르몬과 각종 염증 유발 인자와 성장 인자들을 분비하는 호르몬 기관이다. 한편 남는 에너지를 어떻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할 수 있지만 진화적 상황에서는 자신의 몸에 축적하여 보관하고 필요할 때 지방층으로부터 꺼내 쓸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탈모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개체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과다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지방 대사가 적절히 조절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적정한 수준의 지방은 필요하고 너무 적거나 너무 많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 마르거나 운동선수에서 지방 비율이 너무 떨어지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없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지방층이 너무 부족해도 지방 대사나 혈당 조절 이상이 생긴다. 지나치게 살이 쪄도 문제가 많다.

당뇨병ㆍ심혈관계 질환ㆍ이상지질혈증 등 전신 질환이 더 잘 생길 뿐만 아니라 지방층이 늘면 머리카락 성장에 도움되는 아디포넥틴 같은 호르몬도 일부 나오지만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므로 탈모가 심해지는 체내 호르몬 환경이 되는 것이다.

과체중은 흰머리 발생과도 관련성이 잘 알려져 있다. 살이 찐 사람들이 흰머리가 더 조기에 발생하고 빨리 진행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는데 특히 젊은 나이에서 흰머리의 발생이 가족력과 더불어 과체중이 관련됨이 알려져 있다.

올해 네이처 저널에 고지방 식단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간단히 소개를 하면 동물 모델에서 고지방 음식(high fat diet)을 먹이면 조기에 탈모가 늘었고, 고지방 음식을 지속하게 되면 털이 가늘어지고 머리카락 수가 점차 줄어 탈모가 가속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니 털을 만들어내는 모낭 줄기세포 내부에 지방이 들어차게 됨을 발견하였다. 세포에 지방이 끼면 산화적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증가로 모낭 줄기세포가 점점 없어지므로 탈모가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건강한 식단과 함께 항산화제가 많은 식품을 잘 챙겨먹자. 탈모도 노화의 한 현상이다. 항노화와 관련된 식품이나 생활습관은 도움될 수 있다. 과식을 피하고 본인에게 적당한 식사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

적정한 양의 지방 섭취는 필요하지만 과다한 고지방 식단을 피해야 한다. 항 산화 성분이 많은 채소ㆍ과일을 꾸준히 챙겨서 먹는 것을 권한다. 다만 과일은 당분이 많아 혈당이 많이 올라갈 수 있고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도 탈모에 좋지 않으므로 채소를 식단에서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셋째. 기저 질환 조절이 필요하다.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기저 질환이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탈모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혈당 조절을 위해 체중 조절과 함께 적절한 약 복용과 식사 조절로 잘 관리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

다만 체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급격히 체중을 빼면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흔히 본인 체중의 10%가량 한 달 정도에 빨리 빼면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탈모는 ‘휴지기 탈모증’이라고 해서 모낭이 잠시 쉬었다가 체내 환경이 안정화되면 다시 자라는 자연적인 과정이기만 좀더 천천히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건강에는 중용(中庸)이 중요하다. 과다한 것도 과소한 것도 좋지 않다. 탈모에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 탈모가 된 사람이 많다. 무언가 해서 좋은 것도 좋지만 해롭다고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을 피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과식을 피하고 과다한 지방 섭취와 과체중을 피하면 건강한 체중을 유지 하고 머리카락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