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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세상에서..." 평택 순직 소방관 3명 눈물의 합동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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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우리는 그곳에 갔습니다. 그러나 그날 우리의 동료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채준영 송탄소방서 소방교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거행됐다. 순직한 이형석(50) 소방경과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는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받았다. 이날 새벽 영결식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은 영정 사진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유족들 곁에서 함께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영결식 장소인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 앞으로 순직 소방관들의 운구 차량이 차례로 도착했다. 대기 중이던 송탄소방서 소속 대원들은 태극기로 싸인 동료들의 관 앞에 서서 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관이 내려진 뒤 운구 차량에서 하차한 유족들은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영결식 장소로 들어섰다.
경기도청장(葬)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의 첫 순서는 황은식 송탄소방서장의 약력 보고였다. 소방서장 표창을 세 차례 받은 28년차 베테랑 이형석 소방위, 예비 신랑 박수동 소방장, 임용 6개월이 막 지난 새내기 조우찬 소방교의 약력을 읊던 황 서장은 대원들을 잃은 슬픔에 수차례 눈물을 떨궜다.
약력보고가 끝난 후 장의위원장을 맡은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이 세 사람의 1계급 특진 임명장을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오 대행은 영결사에서 "그동안의 안전관리 노력에도 또다시 일어난 소방관의 희생 앞에 도정 책임자로서 비통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오늘 세 분의 영정 앞에서 소방관들의 건강과 안전, 자부심과 긍지를 더욱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순직 소방관들과 긴 시간을 함께 한 채준영 송탄소방서 소방교가 동료 대표로 조사를 읽어 내려갔다. 채 소방교는 "갑자기 떠나버린 그들의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너무나 큰 숙제에 마음이 답답하다"며 순직 소방관들의 모습을 차례로 회상했다. 그는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이형석 소방위를 두고 "지금도 바로 옆에서 호탕한 목소리로 장난스런 얘기를 하고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실 것 같지만, 그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며 울먹였다.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던 일부 대원들과 이흥교 소방청장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추도 발언이 모두 끝난 뒤 합동 헌화가 이어졌다. 하얗게 센 머리로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 선 이형석 소방위의 부모는 헌화 후 연신 눈물을 닦았고, 박수동 소방장의 예비 신부는 동료 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영정 앞 박 소방장의 모자를 어루만졌다. 어린 나이에 순직한 조우찬 소방교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 아들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이 통곡하는 모습을 보며 비통한 듯 눈을 감기도 했다. 동료 대원들과 소방 관계자들에 이어 마지막 헌화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맨 앞줄에 앉은 유족들 한명 한명에게 고개를 숙이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영결식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운구행렬을 따라 밖으로 나가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수십 명의 평택 시민들도 영결식 장소 바깥에 모여 고인들의 희생을 기렸다. 운구 차량은 이날 오후 1시쯤 천안 추모공원에 도착해 화장터로 들어갔다. 고인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형석 소방경과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는 6일 오전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마지막 인명 수색을 위해 투입됐다가 다시 거세진 불길에 갇혀 고립됐다. 이들은 투입 이후 2시간 40분여만인 낮 12시 41분쯤 공사현장 2층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경찰은 전날 화재 건물 시공사·감리회사·하청업체 관계자 14명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사고 책임 규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인 규명을 위한 순직 소방관들의 부검 결과는 2주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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