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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없었는데, 무리” 소방관 참변, 현장투입 명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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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화염에 갇혀 세상을 떠난 순직 소방관들의 사망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불씨가 잦아들어 현장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현장에 성급하게 대원들을 들여보냈다며 지휘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고(故) 이형석(50), 박수동(31), 조우찬(25) 구조팀 대원들은 전날 오전 9시 8분쯤 잔불 진압과 인명 수색을 위해 불이 난 평택 냉동창고 건물 2층에 투입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세진 화염과 맞닥뜨렸다. 이후 오전 9시 30분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소방당국은 수색팀을 긴급 투입, 낮 12시 20~40분 의식을 잃은 대원들을 발견했다.
순직 소방관들이 현장에 투입된 뒤 곧바로 화염에 갇힌 것으로 알려지자, 주변에선 “무리한 투입 명령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에 이어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또 동료를 잃었다”며 “내부에 사람이 있었나, 왜 우리 동료는 목숨을 잃어야 했나”라고 지휘부의 현장 투입 명령을 비판했다. 유족들도 “사람도 없었는데, 사람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억울해했다. 실제로 이들이 투입된 현장에는 인부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작년 6월 이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소방관 1명이 불이 잦아진 틈을 타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진 지 1년도 되지 않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자, 지휘부의 안이한 판단을 문제 삼았다. 노조는 “위기 모면성 주장은 하지 말고 무리한 화재 진압을 인정하라”며 “순직 사고를 막을 대안을 찾으라”고 지휘부에 촉구했다.
화재 대응 과정도 논란이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마자 대응1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가 7시간여 만인 6일 오전 7시쯤 대응단계를 풀었다. 하지만 불이 다시 크게 번지자 2시간 뒤 대응2단계를 발령했다. 판단이 바뀌는 사이 구조대원들은 불씨가 남은 현장에 30∼50분 동안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투입됐다가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완진이 안 되고 연기가 자욱하면 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지막 임무인 최종 잔불 정리가 필요했기에 투입했고, 이후 갑작스럽게 연기가 많아져 불을 끄면서 실종자를 찾다 보니 수색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좀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처음 시작된 지점은 건물 1층으로 파악했으나, 어떤 과정에서 불이 났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다음 주 경찰과 함께 현장 합동감식을 벌인 뒤에야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후 11시 46분쯤 평택 고렴리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불은 19시간 만인 6일 오후 7시 19분쯤 진압됐다.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7층, 연면적 19만9,000여㎡ 규모로, 1·2·4층에 냉동창고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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