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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둑 거목' 조훈현이 화천대유 고문 맡은 사연은

입력
2022.01.10 04:40
수정
2022.01.10 11:59
10면

정계 입문시킨 원유철 바둑 애호가
고교 동창 김만배에 자리 부탁해
작년 5월 연봉 3000만원 고문 계약
"바둑계 관련 논의만 하다가 중단"

지난해 9월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성남=고영권 기자

지난해 9월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성남=고영권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꾸린 초호화 고문단에 프로바둑기사 9단인 국수(國手) 조훈현(69) 전 미래한국당 의원까지 포함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바둑계 거목인 조 전 의원이 부동산개발업체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조훈현, 화천대유와 연봉 3000만 원 고문 계약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초 화천대유와 2년간 연봉 3,000만 원의 고문 계약을 체결했다. 주로 법조계 고위직 출신과 유명 정치인을 고문으로 영입한 화천대유가 조 전 의원을 고문단에 합류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조 전 의원에게 ‘바둑계를 위해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히며, 화천대유 직원을 보내 조 전 의원과 고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김씨가 조 전 의원을 고문으로 데려온 데에는 앞서 화천대유와 1억 원 상당의 고문 계약을 체결한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역할이 컸다. 화천대유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만배씨와 조 전 의원은 서너 차례 만남을 가졌을 뿐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 원 전 대표가 고교 동창인 김씨에게 조 전 의원을 살펴달라고 부탁하면서, 조 전 의원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게 됐다.

2016년 3월 10일 조훈현 전 미래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3월 10일 조훈현 전 미래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 고문 1호' 원유철, 고교 동창 김만배에 부탁

조 전 의원이 정계에 진출한 것도 30년 가까이 친분을 쌓아온 원 전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원 전 대표는 20대 국회 기우회(棋友會·바둑 동호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바둑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원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나서 조 전 의원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영입했다.

조 전 의원이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체결할 즈음 김만배씨는 조 전 의원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조 전 의원이 2015년에 낸 책을 인용해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라는 칼럼을 머니투데이에 기고했다. 해당 칼럼은 대장동 사건이 터지기 전 김씨가 마지막으로 기고한 글이다. 김씨는 ‘조 전 의원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깊은 흥미와 존경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씨는 두 달 뒤 조 전 의원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했다.

조 전 의원은 그러나 화천대유 고문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과 무관한 바둑계 관련 논의를 한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0월쯤 화천대유 측 요청으로 조 전 의원과 화천대유 사이의 고문계약은 없었던 일이 됐다.

조 전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바둑계 관련 논의를 하던 중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됐다”라며 “대장동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김만배씨가 연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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