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찌 살라고” 장례 이튿날 순직 소방관 빈소 울음바다

입력
2022.01.07 13:30
수정
2022.01.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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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죽음 믿기지 않아" 목놓아 통곡
이재명 등 정·관계 인사 조문도 이어져

6일 차려진 평택 화재 순직 소방관 빈소 연합뉴스

6일 차려진 평택 화재 순직 소방관 빈소 연합뉴스

“제발 살아 있기만을 빌었는데... 앞으로 살 자신이 없다.”

순직 소방관의 장례 이튿날인 7일 오전 경기 평택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선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장례식장 3층엔 고(故) 이형석(50)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의 빈소가 나란히 마련돼 있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의 영장 사진 앞에서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시장에 가면 할머니들이 손에 든 짐을 직접 옮겨주고, 아버지에게도 ‘친구야’라고 불렀던 마음 따뜻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엔 정복을 입은 순직 소방관들의 모습이 담긴 영장 사진이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문재인 대통령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화가 보였다.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아들과 조카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빈소 구석에서 목 놓아 울었다. 두 자녀를 둔 이 소방경의 친형도 “동생이 대학생 딸과 군에 입대한 아들을 둬 앞으로도 더 돌봐줘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흐느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조 소방교의 유족도 “엄마, 아빠가 유별날 정도로 아들에게 큰 사랑을 베풀었다”며 “그래서 더 슬프다”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6일 화재진입 작전 중에 순직한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소방청 제공

6일 화재진입 작전 중에 순직한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소방청 제공

빈소엔 이른 시간부터 고인과 함께 근무한 송탄소방서 소속 소방관을 비롯해 동료들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조 소방교의 친구라고 밝힌 A씨(25)도 "우찬이가 내년 초에 결혼할 여자친구를 소개해주기로 했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에 배치된지 7개월여 된 조 소방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도 밤 늦게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오전에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잘 논의해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최주연 기자
박준규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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