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하다면 행동하라

입력
2022.01.10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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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유명 블로거는 2021년 마지막 포스팅에서 일 년 전 자신이 했던 여러 가지 예측의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그가 90%의 확신을 가지고 했던 예측은 둘 중 하나꼴로 맞았고, 70% 확신을 가지고 한 예측은 넷 중 셋이 빗나갔다. 동전을 던져 예측한 것만도 못 한 성적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그나마 이 블로거는 어떤 예측에도 100% 확신을 부여하지 않을 만큼 영리했고, 초라한 성적표를 공개할 만큼 솔직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더 확신을 가지고 여러 가지 예측을 했을 것이고 그 대부분은 빗나갔을 테지만, 아마 새해에도 여기저기에서 자신만만하게 대담한 예측을 내어 놓고 있을 것이다. 대담한 예측일수록 세간의 주목을 끌고 그 예측이 틀려도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으니,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예측은 새해 토정비결쯤으로 흘려듣는 것이 현명하다. 유망한 주식을 미리 알고 투자해 큰돈을 벌고 싶은 게 미래 예측에 관심 있는 이유라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목적이라면 2022년에 있을 중요한 일들을 예측하는 게 꼭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가령 나는 상당히 높은 확신을 가지고 미국과 한국에서 아주 중요한 선거가 있을 것이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더 많은 표를 얻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너무 뻔한 예측이라고? 그러면 이건 어떤가? 두 나라 모두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는지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당이 이겨도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좋건 싫건 어느 한 정당이 이긴 현실만 경험하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상하원 모두를 차지하면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민주당이 승리하는 반사실적 현실은 영원히 경험하지 못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역시 현명한 선택은 조금 귀찮더라도 선거일에 줄을 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여기 또 한 가지 예측이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위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다. 지구촌 많은 곳이 더 심한 무더위와 가뭄을 경험할 것이고, 산불은 더 많은 숲을 태울 것이고, 태풍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그 결과 미국 루이지애나에서는 매 시간 축구경기장 규모의 땅이 물에 잠길 것이다. 빈번해지는 대형 기후 재난의 피해복구에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0조 원 이상의 돈을 썼고 보험회사들도 90조 원 이상을 지불했는데, 올해도 그 이상의 비용을 쓸 것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이런 명백하게 예측 가능한 재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과감한 대책을 실행하지 않을 것인데, 무대책의 정치적 비용이 크지 않아서 그렇다. 시민들이 조직적 참여와 행동으로 그 정치적 비용을 높이지 않는 한 이런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리한 독자들은 벌써 미래 예측의 비결을 눈치 챘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은 알고 보면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고 우리가 변화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그 예측은 그대로 실현되기 마련이다. 하긴 조지 오웰은 코앞의 일을 제대로 보는 게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했으니, 현재를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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