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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준석, 또 격한 포옹... '파국→화해' 벌써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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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도 쓰지 못할 대반전의 화해 드라마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6일 밤 포옹하며 ‘원팀’을 선언했다. 이 대표가 윤 후보 선거대책위를 뛰쳐나간 지 2주 만이다. 지난달 '울산 회동'에 이어,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파국 직전까지 갔다 극적으로 화해하는 일이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벌어졌다.
이번 화해는 더 극적이었다. 이날 낮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 축출을 집단 결의했다.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사이코패스” “양아치”라 부르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였다.
윤 후보의 '한마디'로 공포 드라마가 로맨스 드라마가 됐다. 오후 늦게 의원총회에 참석한 윤 후보가 손을 내밀었고, 이 후보는 곧바로 손을 맞잡았다. 윤 후보는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승리를 위해 뛰자”고 했고, 이 대표는 윤 후보를 위해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의원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히 박수쳤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는 갈라섰지만, ‘청년 지분’을 가진 이 대표는 끝내 끌어안은 채로 대선 레이스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파국의 전조는 5일 시작됐다. 윤 후보는 '대대적 쇄신'을 비장하게 선언했지만, 이 대표는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자신이 낸 '연습문제'를 풀어야 윤 후보의 진정성을 인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①서울 강북지역 지하철역에서 6일 출근길 인사를 할 것 ②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 체험을 할 것 ③젠더 특위와 게임 특위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6일 아침 윤 후보는 이 대표의 '1번 숙제'를 이행했다. 자존심을 일정 부분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관심 없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의 추가 도발도 이어졌다. 윤 후보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을 새로 임명하려는 윤 후보를 막아섰다. 이 부총장이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어서 이 대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윤 후보는 당헌당규상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동원해 인사를 강행했다.
의원들은 결국 폭발했다. 오전에 소집된 의원총회는 '이준석 저격의 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 104명 중 대다수가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작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제 대표 사퇴에 대한 결심을 할 때가 됐다. 여기서 결의하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태영호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회의장에 더불어민주당의 단결된 선거 운동 장면을 띄우고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사퇴 문제를 결론 내자”고 했다.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오만방자하다”(김태흠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사이코패스, 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박수영 의원) 등 원색적 공격도 쏟아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이 “이 대표가 사퇴하면 이번 대선은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의 결합'이 아닌 '세대 냉전'으로 간다”고 엄호했지만, 호응은 없었다.
의원들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결의문까지 썼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장 밖의 이 대표에게 결의문을 전달했다. 사실상의 최후 통첩이었다.
이 대표는 사퇴 결의문을 받자마자 의원총회장으로 향했다.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을 향해 자신의 입장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독백 같은 연설이 28분이나 계속됐다.
"'연습문제'라는 표현이 불편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사퇴는 일축했다. 윤 후보의 위기에 대해 "윤 후보부터 저까지, 많은 사람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면서 자신이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내 한발 물러섰다. "오늘 의원들이 저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지정해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고 했다. "지난 2주 동안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은 아직 우리 당에 기대를 갖고 있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려 했던 것"이라며 자신이 밖으로 돈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오후 8시쯤 윤 후보가 의원총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후보의 첫 마디는 "대선 후보인 저의 잘못"이라는 거였다. 이어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단둘이 대화했다. 화해에 더 적극적이었던 건 윤 후보다. 2030세대의 지지를 복원하기 위해선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했다.
다시 나타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해 있었다. 두 사람은 개선장군처럼 단상에 걸어나갔고, "윤석열!" "이준석!"을 번갈아 부르는 목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박수도 쏟아졌다. 두 사람은 만세를 부르듯 맞잡은 두 손을 들어 올렸고, 이내 진하게 포옹했다.
윤 후보는 “이제 다 잊어버리자. 승리를 통해 우리 당을 재건하고 나라를 정상화하자.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이 되도록 함께 뛰자”고 했다. 이 대표는“당사에 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겠다”며 윤 후보를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나. 우리는 피가 같은 당원”이라며 웃었다. 이 대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제가 사과드리고 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경기 평택 화재 현장에서 숨진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로 함께 떠났다. 화해의 의미로 ‘일일 운전기사’를 자처한 이 대표의 아이오닉 승용차를 타고서다. 빈소로 향하면서도 두 사람은 밝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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