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구조 나섰다가 불길 다시 치솟아… 7개월 전 '쿠팡 비극' 되풀이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순직한 구조대원 3명은 교신이 끊겨 고립된 지 2시간 50분만에 발견됐다. 지난해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화염이 누그러진 틈을 타 잔불 진화와 인명구조를 위해 내부로 진입했다가 고립돼 숨진 사고의 판박이다.
7개월 전에 있었던 사고와 비슷한 화재 현장에서 또다시 구조대원들이 고립돼 순직한 원인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화재 현장의 특성과 복잡한 구조의 현장 내부가 꼽힌다. 경기도소방학교 관계자는 “물류창고는 구조가 복잡해 시설 담당자도 빠져 나오기 힘들다”며 “더구나 연기가 내부를 채웠다면 사실상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에서 소방관들이 투입된 시간과 화염이 다시 치솟은 시점을 고려하면, 세 소방관은 현장 투입 직후 화염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 소방 관계자는 “이들이 투입된 바로 아래층에서 불이 다시 커져서 진압 중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8분 투입됐고, 그로부터 5분 뒤 불이 재발화했다.
대원들은 30∼50분 동안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곳과 출구까지의 거리가 약 80m였던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치솟은 불길과 연기를 헤치고 탈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대원들을 고립시킨 것은 갑자기 되살아난 불길이었다. 꺼져가던 불이 어떻게 세를 키울 수 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사장 내부에 쌓여 있던 각종 적재물이 쏟아져 내려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에 잘 타는 물질이 많은 탓에 화염이 커지고 많은 양의 연기가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화인과 별도로 수도권에 집중한 냉동창고와 물류창고에서 비슷한 화재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안전 불감증도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화재가 난 신축 공사 현장은 1년 전인 2020년 12월 20일에도 5층 천장 콘크리트 상판 붕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진 곳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대형 냉동창고가 들어서는 공사 현장은 이듬해 1월 26일까지 한 달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았다.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건물은 지하 1층~지상 7층, 연면적 19만9,000여㎡ 규모로 1·2·4층에 냉동창고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부실한 소방 작전 매뉴얼도 인명 피해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여름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소방관 1명이 작전 도중 숨진 지 1년도 되지 않아 비극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17일 이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구조대장은 불이 난 물류센터 화염의 기세가 누그러진 틈을 타 인명구조를 위해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천장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고립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도 대원들이 불이 누그러지고 경보령(대응 1단계)이 해제된 오전 9시 8분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인명 탐색과 구조, 잔불 정리를 동시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현장 상황을 보고 자체 판단으로 투입 시점을 결정하고 있다"며 "로봇 등을 진입시켜 현장 상황을 살핀 뒤 대원들을 들여보내는 등 좀더 과학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가연성 건축자재를 많이 쓰는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는 점에선 공사 현장 관리 감독 부실 의혹도 제기된다. 이번 화재는 2020년 4월 29일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모가면의 물류창고 화재와 유사하다.
이 교수는 대형 창고 공사장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공사 막바지 단계에선 공정도 여러 개로 나뉘고, 우레탄 등의 가연성 건축자재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지자체 등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