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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동전' 5개로 세계정복 노린 히틀러... 누군가 30개를 다 모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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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을 김봉석 문화평론가와 윤이나 작가가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한국일보>에 연재됩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HBO맥스의 한국 진출이 확실해졌다. 워너 소유의 HBO는 미국 케이블 채널의 역사를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1999년 방영된 HBO의 오리지널 시리즈 '소프라노스'는 브루클린의 마피아 가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토니 소프라노의 가족을 비롯한 이탈리안 마피아들은 그리 멋지지 않다. 갱들의 일상을 치밀하게 그려낸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카지노', '아이리시맨'에서도 그들은 나름 풍미가 있었다. '소프라노스'의 갱들은 생판 양아치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천박하고 유치하다. 추리닝 차림에, 동네 피자집에서 살인 모의를 하는 마피아들을 보고 있으면 표면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무상도 함께.
'소프라노스'의 대성공은, 유료 케이블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첫 작품 '하우스 오브 카드'도 마찬가지다. 공중파는 물론 일반 케이블에서는 하지 않는 것.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 직접 돈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라면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보드워크 엠파이어', '왕좌의 게임', '트루 블러드', '뉴스룸', '트루 디텍티브' 등 HBO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어떤 장르에서건 최상급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지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이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HBO맥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소유한 콘텐츠의 질이 높고, 앞으로 만들어낼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
'30 코인스'는 HBO유럽 그리고 스페인에서 만든 오리지널 시리즈다. HBO유럽은 1990년대에 론칭했고,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로컬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성공을 거두면서 최고의 OTT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최근 HBO유럽의 오리지널 제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종이의 집', '결백', '엘리트들', '스카이 로호', '마드리드 모던 걸' 등 오리지널 화제작이 스페인에서 만들어졌다. 스페인의 영화, 드라마 등을 떠올리면 느껴지는 도발적이고 격정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들이다.
'30 코인스'는 '야수의 날', '액션 무탕트', '커먼 웰스', '마녀 사냥꾼' 등을 만든 스페인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가 만든 작품이다. 호러와 판타지, 스릴러 등 감각적 장르의 걸작들을 만들었던 이글레시아답게 '30 코인스'는 신과 악마의 대립을 그린 판타지 스릴러다. 유다는 예수를 밀고하면서 30개의 동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악함의 증표인 30개의 동전은 유다가 죽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동전을 얻은 이는 모두 악인이 되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3개, 히틀러가 5개였다고. 30개의 동전을 모두 모아 세상을 뒤엎겠다는 집단이 조직되고, 교황청 내부에 비밀집단까지 만들게 된다.
사건은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시장인 파코는 임신한 소가 인간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수의사인 엘레나가 직접 받았고,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찍은 동영상도 있다. 쉬는 시간에 샌드백을 두드리는 혈기왕성한 베르가라 신부는 거짓이라고 일축한다. 카메라가 잠시 다른 곳을 비추었을 때 바꿔치기한 것이라면서. 이상한 사건은 연이어 벌어진다. 태어난 아기가 며칠 만에 어른만큼 커지면서 사람을 공격하고, 위자보드로 죽은 영혼을 부르던 아이 하나가 사라지고, 거울 속의 풍경이 현실과 달라지는 등등. 모든 것이 착각이거나 거짓이라고 부정하던 베르가라 신부는 결국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교황청으로 향한 베르가라는 악의 집단에게 감금되고, 엘레나는 2년 전 실종된 남편이 돌아오면서 심각한 위협에 처한다.
모든 것은 유다의 동전 때문이다. 베르가라는 구마의식을 행하다가 소년이 죽는 바람에 2년의 징역을 살았다. 당시 소년의 몸에서 나온 동전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다. 과거의 친구가 이미 29개의 동전을 모았고, 마지막으로 베르가라의 동전을 찾고 있다는 사실도. 모든 사악한 사건의 중심에는 신학교 시절 친구였던 파비오가 있었다. 파비오는 악마의 꼬임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고, 언젠가부터 교황의 측근이 되어 공공연히 유다의 동전을 모으고 있었다. 교황청을 찾은 베르가라에게 파비오는 '유다 복음서'를 보여준다. 신의 계획에는 모든 것이 예정돼 있고, 거대한 오페라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처럼 유다는 신의 뜻으로 악역을 맡은 것뿐이라고. 악마도, 악의 행동도 모두 신의 예정된 일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30 코인스'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로 시작해서 교황청, 세계의 멸망을 가늠하는 거대한 사건으로 확장된다. 엘레나와 파코는 기이한 사건들을 끝까지 파고든다. 이상하고 불길한 사건들을 그냥 넘길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다르다.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손쉽게 누군가의 잘못이라며 몰아붙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희생양이다. 감옥을 갔던 베르가라, 남편이 사라진 엘레나는 희생양이 되기에 적합한 유형이다. '30 코인스'는 선량한 사람들이 행하는 잔인한 마녀사냥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범죄가 거의 없던 마을에서 연속으로 강력 범죄가 일어나자 내무부에서 형사들을 파견한다. 그들은 마을에 오자마자 전권을 장악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그들은 현지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선입관과 편견을 절대로 수정하지 않는다. 관료주의가 무엇인지, 얼마나 큰 폐해가 있는지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는 어두운 판타지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감독이다. 모든 면에서 화끈한 '30 코인스'는 이글레시아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끌어간다. 선과 악의 대립이지만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확연한 선을 긋지 않는다. 모든 것이 혼돈이고, 모든 것은 쉽게 뒤집어지며 선을 넘나든다. 대중은 물론,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모두가 안갯속에서 헤매는 중이고, 모두가 거짓 복음을 외우며 가짜 구세주를 찬양한다. '평생 거짓에 속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진실을 보는 게 낫다'는 엘레나는 참 특이한 캐릭터이고, 그 이유로 집단에서 배척된다. 비난받는 엘레나를 보면서 암울하지만, 기관총을 든 베르가라 신부를 보면 또 묘하게 안심이 된다.
'30 코인스'는 절망적인 비탄과 뒤틀린 유머, 일상적 폭력과 야릇하게 에로틱한 분위기가 뒤섞인 흥미로운 드라마다. 종말의 혼돈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리고 시즌1의 엔딩은 최고다. 요즘 시즌2를 기대하게 하려고, 끝나는 순간 마구잡이 반전을 보여주거나 결말을 내지 않고 무책임하게 스토리를 넘겨버리는 경향이 많다. '30 코인스'는 확실하게 시즌 끝맺음을 하고, 시즌2를 매우 기대하게 만든다.
선도, 악도 참 나약하고 또 허술하다. 그런데 선악의 분탕질에 영원히 놀아나는 인간은 대체 뭘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30 코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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