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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1월 11일 "여기가 남극점입니다"… 한국 탐험대 세계 4번째 걸어서 남극점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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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여기가 남극점입니다.
한국 남극점 탐험대
1994년 1월 11일 오전 6시 30분(현지시간 10일 오후 6시 30분) 남위 90도 남극점에 대한민국 태극기가 꽂혔다. 지구 꼭대기 극점에 태극기를 꽂은 허영호 대장을 비롯한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 4명의 한국 남극점 탐험대 공격조는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영하 30∼40도의 혹한과 초속 40m가 넘는 폭풍설을 뚫고 장장 40일간 1,400㎞에 달하는 거리를 건너온 초인적 탐험의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이들의 도전 성공으로 한국은 1911년 12월 14일 노르웨이 아문센 탐험대가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선 후 도보로 탐험에 성공한 4번째 나라가 됐다. 그동안 도보로 성공한 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일본뿐이었다.
(※ 1994년 1월 12일 자 한국일보 지면 보러 가기 ☞ www.hankookilbo.com/paoin?SearchDate=19940112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한국 남극점 탐험대는 한국일보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견됐다. 탐험대는 1993년 11월 20일 서울을 출발, 25일 오전 5시(현지시간 24일 오후 5시) 극점 탐험의 출발점인 남극대륙 서북쪽 해안 패트리어트 힐에 도착했다. 이어 29일 오전 2시(현지시간 28일 오후 2시) 대장정에 돌입, 44일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극점 정복에 성공했다.
허영호 공격대장을 비롯한 대원 4명은 1인당 120kg의 장비와 식량을 썰매에 싣고 오로지 도보를 통해 남극점에 도달했다. 1993년 1월 같은 거리를 탐험한 일본원정대의 67일 기록을 23일이나 줄인 대기록이었다. 당시 일본 탐험대는 비행기로 식량을 보급받았지만, 한국 탐험대는 중간 보급이나 휴식 없는 '무보급·무휴식 대장정'이라는 새 기록도 세웠다.
당시 보도를 살피면 1993년 12월 중순 한국일보 취재진이 중간취재를 위해 세스나기를 띄웠을 때 보급 의사를 물었지만, 탐험대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먹는 것에 대한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지만 '무보급 극점 도달'이란 애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한국 대원들은 첫 일주일은 해발 780여m의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2,000여m의 높은 설원에 오르기 위해 매일 20∼25km씩 전진했다. 일본 대원들이 초반 열흘 동안 하루 10km씩 나아간 것에 비해 엄청난 속도였다.
한국 대원들은 이후 30여 일 동안 매일 10여 시간씩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0km 이상의 초인적 강행군을 계속했다. 대부분의 외국 탐험대가 일주일 행군 뒤 하루를 쉬는 것이 상례였다. 일본 원정대는 하루 6시간의 행군을 했다.
남극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북극과 함께 지구 3극점으로 불린다. 1977년 9월 15일 고상돈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1991년 5월 7일 최종렬과 신정섭이 북극점을 밟은 데 이어 허영호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 등 4명의 대원이 걸어서 남극점에 도달함으로써 지구의 3극점 모두에 한국인의 발자취가 새겨졌다.
탐험세계의 가장 대표적인 목표인 지구의 3극점을 한국인이 모두 탐험하였다는 점에서 남극점 도달은 한국 탐험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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