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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윤석열… "나 중심의 선거" 말했지만 '울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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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도 떠나보냈다. 대선을 63일 앞두고 백지 위에서 다시 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정'을 맡은 윤 후보, '경륜'을 담당한 김종인 전 총괄위원장, '청년'을 책임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삼각편대'는 해체됐다. 윤 후보의 잇단 실언과 가족 의혹, 전략 부재, 집안싸움 등이 겹쳐 총체적 위기에 몰린 윤 후보가 '윤석열 중심의 선거'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한 셈이다. 윤 후보는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뜬 ‘비정치인’ 시절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결단이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지에 대해선 평가가 분분하다. 윤 후보의 대국민 메시지가 거듭된 자기 반성 약속과 정권 교체의 당위로 채워진 채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윤 후보의 기성 선대위엔 직함을 받은 참모만 500명이 넘었지만, 정책·일정·메시지 기능은 낙제점이었다. 이에 그는 “매머드라 불리며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거 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 철저한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선대본부장은 서울 출신의 합리적 중도보수 성향인 4선 중진 권영세 의원, 정책본부장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맡겼다.
쇄신안의 핵심은 김 전 총괄위원장과의 결별이었다. "전권을 달라"는 김 전 총괄위원장과 "못 준다"는 윤 후보는 그간 내내 불편한 관계였다. "윤 후보는 선대위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해달라"는 김 전 총괄위원장의 3일 발언은 윤 후보의 자존심과 권위에 치명타를 입혔고, 윤 후보는 이를 봉합·극복하기보다 김 전 총괄위원장과 갈라서는 쪽을 택했다. 김 전 총괄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킹메이커'인 데다 중도 상징성을 지닌 노련한 책사라는 점에서, 윤 후보의 선택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80대인 김 전 총괄위원장에 의존하는 선거 운동을 포기한 윤 후보는 청년층 지지 복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2030세대들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2030세대의 팬덤을 보유한 이준석 대표와의 화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정당 대선후보가 '초슬림 선대본부'를 꾸리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윤 후보는 5일 선대본부 개편 방안은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윤 후보 밑에 권영세 선대본부장과 조직, 직능, 정책 등 각 분야 담당을 두는 식의 얼개만 제시했다. 이에 가뜩이나 준비가 지연된 윤 후보가 남은 기간 정책 등 콘텐츠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윤 후보 위기의 본질은 스스로의 역량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저에게 시간을 좀 달라.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떤 변화'인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진 못했다. 윤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망가진 공정과 상식을 반드시 바로잡겠다" "오로지 정권 교체를 위해 정치의 길에 나섰다" 등 지난해 대선 출마선언 때 내놓은 메시지를 재차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이에 윤 후보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파괴력 있는 메시지나 미래 청사진을 조만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그의 운명을 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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