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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부터 결별까지...내내 삐걱댄 윤석열·김종인의 3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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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은 33일 만에 파국으로 끝을 맺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5일 자진 사퇴로 윤석열 대선후보의 곁을 떠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이별 통보’였다. 선거대책위 운영 주도권, 노선 전략 등을 놓고 번번이 부딪친 두 사람의 ‘위태로운 동행’은 어쩌면 결말이 예정돼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김 전 총괄위원장은 선대위 해촉이 확정되자 더 이상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며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태섭 전 전략기획실장, 정태근 전 정무대응실장, 김근식 전 정세분석실장 등 ‘김종인 사단’도 물러났다. 윤 후보 역시 “총괄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주신 김 위원장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는 마지막 인사로 결별을 공식화했다.
시작부터 두 사람이 어긋났던 건 아니다. 박근혜ㆍ문재인 정권 창출에 기여하면서 ‘킹메이커’ 입지를 다진 김 전 총괄위원장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사퇴 후 지지율이 급등한 윤 후보를 가리켜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호평했다. 윤 후보가 정치권 입문 후 실언 논란 등 숱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정치 기술자 김 전 총괄위원장이 막후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이가 한배를 타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김 전 총괄위원장이 선대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파열음이 터졌다. ‘슬림한 실무형’ 조직을 주장한 김 전 총괄위원장과 달리, 윤 후보는 ‘통합 선대위’를 지향하며 엇박자가 났다. 특히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을 영입해 ‘3김’ 구조를 만든 건 김 전 총괄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지 않겠다는, 일종의 견제구였다. 이에 김 전 총괄위원장도 거취를 보류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지난달 3일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된 ‘울산 회동’을 계기로 선대위 합류 막차를 탔다.
해소되지 않은 주도권 싸움은 곧장 노선 갈등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경제민주화’ 브랜드로 유명한 김 전 총괄위원장은 이번에도 ‘공정 경제’ ‘약자와의 동행’을 화두로 띄웠다. 중도 확장을 이번 대선의 성패로 본 것이다. 윤 후보는 거꾸로 갔다. 핵심 지지층 이탈 조짐이 엿보이자 ‘보수’ 색채를 더욱 뚜렷이 했다. 연말 대구ㆍ경북 일정에서는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미친 사람들” “확정적 중범죄” 등 막말에 가까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김 전 총괄위원장은 “후보 성향보다 국민 정서에 맞춰야 한다. 메시지부터 연설문까지 내가 직접 관리하겠다”면서 개입 의지를 노골화했다.
고조되던 긴장은 3일 김 전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를 ‘패싱’하고 “선대위 개편”을 선언하면서 폭발했다.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해달라”는 그의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쿠데타다. 후보가 아바타냐”며 발끈했다. 윤 후보는 결국 ‘홀로 서기’를 택했다.
김 전 총괄위원장은 대선 때마다 결말이 늘 좋지 않았다. 결별 후 독설을 날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뒤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통해 “박 후보가 동네 건달처럼 협박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했고, 5년 뒤엔 야권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싹수가 노랗다”고 날을 세웠다.
그래서 이번에도 침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이날 취재진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는 나와 같이할 수 없다”며 독설 시동을 걸었다. 윤 후보를 ‘윤씨’로 칭하기도 했다. 김 전 총괄위원장은 “후보가 사람 쓰는 안목이 없어서”라며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분란의 주범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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