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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뺀 차별금지법은 '차별 조장·옹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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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일각의 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사유를 제외한다면 '동성애 차별 옹호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은 국제인권규범과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명백하게 차별금지사유로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를 비롯해 누구도 배제 없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누구나 평등하다는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법이다. 2007년 참여정부 말기 처음 발의됐지만 올해로 15년째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부 개신교계를 비롯한 보수단체에서 '성소수자'가 포함된 차별금지법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면서 격렬히 반대하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공약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까지 법제화하기는 어렵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의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차별금지법을 차별 조장법으로 만들자는 주장과 다름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차별금지법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사유를 제외한다면 차별금지법은 그저‘동성애 차별 옹호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의가 아니라, 나의 곁에 가족이, 친구가, 동료가, 노동자가, 청소년이, 노인이, 여성이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가 있다는 당연한 상식입니다. 이 당연한 상식을 위해 우리는 오랜 기간 싸워왔습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고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성소수자가 존재하고 있음은 그 존재만으로도 증명된다"라면서 "이에 대한 합의는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라는 것은 반대 가능한 대상이 있어야 성립된다. 성소수자가 이렇게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반대하나"라면서 "이는 반대가 아니라 혐오다. 더이상 혐오에 고개 숙이지 마시라"라고 했다.
정치권을 향한 '요구'도 이어갔다. 고운 집행위원은 "국가의 법을 만드는 이들로서, 본디 해야 할 일을 하시라"며 "나의 곁에 성소수자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 사실이 당연한 상식이 되게끔 노력하라"고 했다. 그는 "평등한 세상을 향해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나라를 위해 함께 가자"라면서 "이는 요청이 아닌 요구다. 우리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이자,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자캐오 신부는 최근 선종 소식이 전해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의 말을 전했다. "나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이 있다면 거절할 겁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겁니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와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천국은 함께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한 것"이라면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성서와 전통에서 말하는 다른 곳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캐오 신부는 "성소수자 차별과 여성 차별 그리고 인종 차별은 똑같이 우리가 믿는 신의 뜻을 거역하는 길"이라며 "혐오와 차별은 신과 같은 방향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캐오 신부는 또 '당신이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취한다는 건, 압제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라는 투투 대주교의 말을 다시 빌렸다. 그러면서 정치권,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를 지목해 놓고 갈 수 있다는 듯이 반복해서 위협하는 이 불의한 상황에서 여러분이 압제자의 편을 선택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며 행동하겠다"라고 전했다.
"한국인의 약 92%, 10명중 9명 혹은 10명 모두가 에이즈 감염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 책임은 국회에 있습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하는게 정치인이라 생각합니다."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에서 활동하는 소주(활동명)의 호소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혐오에 굴복하는 방식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외면하는 것이었다"며 "오히려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인격적으로 깎아내리고, 성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국회에 초대하거나, 혹은 직접 찾아가서 고개를 숙였다"라고 꼬집었다.
소주 활동가는 "그게 문제다. 혐오에 굴복하는 그런 정치인들의 행태가 '성소수자 차별금지 찬반논란'을 만들어낸다"라고 했다. 이어 "사회는 저절로 평등해지지 않는다. 마냥 기다리는게 아니라 가장 앞장서서 평등을 설득하고 인권을 지키자고 주장해내는게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란 그런 것이고 그래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21대 국회도 정치도 평등을 위한 길에 합류하라"라면서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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