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독특한 백신 접종자 늘리기... "미접종자 열받게 할 것"

입력
2022.01.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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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통령, 언론 인터뷰서 미접종자 맹비난
"15일부터 식당도 카페도 극장도 못 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월 31일 파리 대통령궁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월 31일 파리 대통령궁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전략을 "미접종자들을 열받게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프랑스는 한국의 백신패스보다도 훨씬 강력한, 백신 접종자만이 식당과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패스를 도입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기에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일간지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 국민을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진짜로 화가 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걸 끝까지 할 것이다. 이게 우리의 (백신 접종) 전략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접종자를 "감옥에 가게 하거나, 강제로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을 것"라면서도 "1월 15일부터 (미접종자들은) 더 이상 식당에 갈 수 없고, 커피를 마시러 갈 수 없고, 극장과 영화관에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면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 무책임한 사람은 시민이 아니다"라며 미접종자를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야권에서는 "격한 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파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유 대표는 "어떤 보건 위기도 그런 언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마크롱이 프랑스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데 경멸하는 것만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미접종자를 이등 시민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미접종자, 이르면 1월 중순부터 식당 못 간다


시민들이 지난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시민들이 지난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집권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은 의회에서 기존의 '건강패스'를 더욱 강화한 '백신패스'를 적용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6월 도입된 '건강패스'는 우리나라의 백신패스와 유사한 성격의 조치다. 백신 접종자나 코로나19 완치자 외에 미접종자라도 24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는 건강패스를 적용받아 식당과 카페, 극장과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에서 논의되는 프랑스판 '백신패스'는 여기서 미접종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접종자와 완치자만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마크롱 대통령 말대로 백신을 안 맞고서는 식당도, 카페도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집권당은 이를 1월 중순까지 시행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국민전선과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이 조치에 적극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입법이 지체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는 오히려 4월 대선을 앞둔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계산을 마친 후에 하는 행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최소 2회 이상의 백신을 접종한 인원은 전 인구의 92%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접종자들이 반발하더라도 극소수의 목소리에 그칠 것이고, 이들은 선거를 하더라도 어차피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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