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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범이 내려왔다.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됐다.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2022년이 온 것이다. 이는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원으로 한 서기력(西紀曆)이다.
새해 첫날은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태양력(太陽曆)을 쓰는 나라에선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다. 이슬람권에서는 음력 1월 1일이 설날로 이슬람력을 사용한다.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의 설날은 춘분인 3월 21일이다. 유대인들은 추분 후 첫 달이 뜨는 날을 새해 첫날로 삼는다. 태국은 4월에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
천체의 주기적 현상에 따라 시간 단위를 정해 나가는 체계를 역(曆)이라 하고, 역을 편찬하는 원리를 역법(曆法)이라 한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이다.
태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집트였다. 이후 로마 통치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정복하고 태양력을 도입해 만든 것이 '율리우스력'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성탄절이나 수태고지 축제일이 지난 4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삼았다. 로마 시대에 1월은 새로 선출된 집정관의 임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1월 1일이 새해 첫날로 일반화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다. 만우절의 기원도 당시 프랑스에서 관습처럼 4월 1일에 새해를 맞는 사람을 바보로 놀린 것에서 출발했다.
현재의 태양력은 1582년 로마 황제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기존 '율리우스력'을 보완해 만든 '그레고리력'이다. 우리나라는 고종이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하면서 공식적인 달력이 됐다. 현재 국제적인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천문학에서 한 해의 기준은 춘분이다. 기울어진 지구 자전축으로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생긴다.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 추분과 함께 사계절(春夏秋冬)의 분기점이다. 따라서 새해 출발이 1월 1일이 된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자연 현상과도 무관하다.
동양의 새해는 달(月)을 중심으로 음력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천문을 담당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월별 음양력(陰陽曆)'에서 임인년은 음력 1월 1일인 2월 1일이다.
역법의 표시는 육십갑자(甲子)로 한다. 육십갑자는 천간(天干)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열 개와 지지(地支)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열두 개를 조합하여 갑자(甲子)로 시작해 계해(癸亥)로 끝난다.
임인년은 갑자를 기준으로 서른아홉번째다. 임(壬)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는 양(陽)이고, 큰물(水)이며, 검은색이다. 인(寅)도 양이고, 큰 나무(木)다. 띠로는 호랑이에 해당한다. 명리학(命理學)의 생극제화(生剋制化) 법칙으로 큰 나무에 큰물을 주는(水生木) 형국으로 목(木) 기운이 강한 해가 된다.
역사적이나 세시풍속으로도 지지인 동물이 중심인 경우는 없었다. 천간(壬)의 검은색이 지지(寅) 동물인 호랑이에 입혀진 것(검은 호랑이)은 1960년대 일본의 상술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정해년(丁亥年)에 기업들이 ‘황금돼지의 해’로 마케팅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정해년의 정(丁)은 빨간색이라 황금색으로 하려면 기해년(己亥年)이어야 했다. 검은 호랑이도 없지만, 상상 속의 동물인 용(辰)의 해에는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에도 검은 호랑이해든 황금 돼지해든 새해를 맞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희망을 주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산타클로스처럼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것이다.
한편,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은 띠의 시작일을 음력 기준이 아닌 24절기(節氣)라고 한다. '입춘(立春, 올해는 2월 4일)'부터 임인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를 양기(陽氣)의 잉태(冬至)보다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입춘이 오히려 과학적이라고 설명한다. 명리학에서도 사주(四柱) 나이는 입춘이 기준이다.
동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음력 설을, 일본은 양력 설만 쇤다. 심지어 12지지 동물조차 몽골에선 용 대신 악어가 대신하고, 베트남에선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가 있다. 이렇듯 새해의 첫날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심정은 비슷할 것이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새해란 희망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 해 '날마다 좋은 일만 있기(日日好是日)'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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