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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우리 방식대로 2021년 총결산!

입력
2022.0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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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Words : 여성의 언어

혼자 걸을 때에도 함께라는 걸 알고 나자 벽들이 투명해져요.벽을 짓는 사람들보다 멀리 걸어가기로 해요.

정세랑

Her View : 여성의 관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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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우리의 눈으로 다시 보는 2021년
(2021년 12월 30일자)

안녕하세요, 독자님. 허스토리입니다. 2021년 4월 첫 뉴스레터를 보낸 후 우리가 함께 보낸 첫 해가 벌써 이렇게 지나갔어요. 다음 뉴스레터를 보낼 때면 우리의 두 번째 해를 맞이하겠죠? 지난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주제 별로 2021년의 화두를 요약해 봤습니다. 다 읽고 나면 틀림없이 우리 참 잘 버텼다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늘 말씀드리는 바이지만, 우리의 내일은 더 밝을 것이라고 꼭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 정치: 젊은 정치인 이준석의 당 대표 선출과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노골화한 제1야당. 공론장에서 과잉 조명하는 이대남 현상. 대선 국면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드러난 정치권의 성차별적 인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며 신지예 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소식을 접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회를 준비하며 신지예 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사퇴소식을 접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권의 안티페미니즘 말입니다. 정치 영역의 낮은 여성 대표성이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는 아닙니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 더해 '안티페미니즘' 정서까지 더해졌습니다. 특히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20대 남성 유권자에 '이대남'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공론장과 언론에 과잉 노출되면서 순식간에 여성 유권자의 존재는 지워졌습니다. 'N번방 방지법'으로 인한 조치를 사전 검열이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여의도의 마이크를 통해 퍼집니다. 여당도 이런 풍토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2021년 발송된 허스토리 중 정치권의 성차별을 가열하게 비판한 뉴스레터가 단연 도드라지네요. 2022년 선거에 앞서 각 캠프의 여성 정책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 경제: 2022년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실제 시행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영입 물결. 동아제약 성차별 사건 등 임금과 채용, 노동에서의 차별 이슈 부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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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여성 임원' '여성 사외이사' 같은 단어가 부상하고, 여성 리더십 책이 잇따라 출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2020년 개정,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이 2조 이상인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2년 8월까지 여성 임원을 구하기 위해 기업마다 분주한 이유입니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8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이상 기업 152개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5.7%로 턱 없이 적지만 2019년 3.7%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린 여성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동아제약 성차별 채용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난 단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보육교사, 가사·육아 도우미, 노인돌봄종사자,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 직종은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 인권 침해의 악순환입니다.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에 마치 끈끈이가 붙은 듯, 아무리 노력해도 상향 이동을 할 수 없는 이 같은 상태를 '끈끈이 바닥(sticky floor)'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도, 승진이나 승급도, 임금 인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 사회: 'N번방'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 주범 조주빈, 갓갓에 대한 확정판결 선고. 육·해·공 할 것 없이 우후죽순 발생한 군 내 성폭력 사건. 스토킹처벌법 시행 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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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걸러 하루 꼴로 알지 못하는 여성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사유도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헤어지자는 통보에, 만나주지 않아서,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많은 여성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숨진 황예진씨 사건의 경우 최근 검찰이 남자친구인 가해자에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유족은 '살인'을 주장했지만 '상해치사' 혐의가 최종 적용됐습니다.

군대 내 성폭력은 육군, 해군, 공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성추행 피해 이후 지난 5월 영내 관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예람 중사의 부모는, 얼마 전 외부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였는데요. 이 중사의 부친은 "국방부 부실 수사로 책임자들이 전부 풀려났다"며 특검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초동 수사 부실을 야기한 담당자들은 불기소 상태이며, 2차 가해 혐의를 준위는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직접 가해자는 1심에서 검찰 구형보다 확 줄은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 문화: 여성 예능의 흥행과 여성 서사 르네상스.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쾌거.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스트릿 우먼 파이터. Mnet 제공

2021년 문화계를 선도한 여자, 딱 한 명을 꼽을 수 있으신가요? 아마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올 한해 문화계, 특히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엄청났습니다.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한국 영화사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골 때리는 그녀들' '노는 언니' 등 고정관념을 타파한 여성 예능 프로그램이 흥행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2020년부터 이어져 온 여성 예능인 붐에 주목하고 싶어요. 지난해 말 KBS 연예대상에서 개그우먼 김숙은 데뷔 25년 만에 대상을 받으면서, 연말과 연초 여성 예능의 불씨를 지폈죠. 세상이 좋아졌기 때문일까요? 그는 "시대가 바뀐 게 아니라 우리(개그우먼)가 시대를 바꾼 것"이라고 정확하게 선을 긋습니다. TV 화면에서 여성 예능인이 조금씩 자취를 감출 때, 주변부에서 송은이와 함께 자신들의 영역을 개척해왔고,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 스포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한 여성 스포츠 선수들. 여자 배구에 울고 웃은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양궁 안산 선수를 둘러싼 온라인 학대.

안산이 지난해 7월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시상식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산이 지난해 7월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시상식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올림픽이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났다고?' 이런 생각이 드신다면, 아마 저처럼 여전히 한 여름의 축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분이실 테지요. 금메달보다 더욱 값진 4위를 거둔 여자 배구의 아름다운 도전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김연경 주장의 리더십, 6명의 선수들이 보여준 뜨거운 우정과 팀워크 등은 지금까지 왜곡되고 오해 받던 여성들의 협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식했습니다.

동시에 여자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 가해졌던 온라인 학대는 현상 그 자체 만으로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 만연한 '안티페미니즘' 정서의 위험성을 드러냈습니다. 도쿄 올림픽의 흥행 이후 '여성 체육인'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짚으려는 시도도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시도 등으로 드러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낮게 책정된 상금과 연봉부터 열악한 지원, 무관심, 경기력과 상관없는 외모 품평, 여성지도자의 부재 등 '여자는 주인공이 아니다'라는 스포츠계 편견과 배제"가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가 건너 온 여정을 보니 어떠신가요? 개별 사건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맥락 없이 발생하지만, 이렇게 결산을 하고 나면 미처 몰랐던 '큰 흐름'이 필히 존재한다는 느낌을 저는 종종 받곤 합니다. 그리고 그 것은 누구도 차별 받거나 배제되지 않을 평등일 것입니다. 2021년을 이렇게 결산하고 보니 2022년에는 정치, 사회 분야 뿐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분야에서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것이 작은 소망이자 다짐이랍니다.

※ 포털 정책 상 본문과 연결된 하이퍼링크를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스무 명의 여성 창작자들이 '언니'라는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건네는 다정한 편지.

목요일 아침, 허스토리를 받아볼 때의 독자님 마음이 궁금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뉴스레터를 작성하지만 항상 100퍼센트 마음에 들 수는 없기에 부족함을 발견할 때마다 저는 부끄러워집니다. 이따금 전날 뉴스레터를 모두 작성해 예약 발송을 해둔 후에도, 다른 주제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밤잠 설칠 때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편지'라는 것 자체가, 보내기 전에는 설레고 보낸 후에는 노심초사하며 답장을 기다리는 것 아닐까 싶어요. 오늘 추천하는 이 책도 뉴스레터로 시작한 편지 묶음인데요. 스무 명의 여성 창작자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언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들의 나이와 국적, 시대와 관계 없이 말이에요. 편지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 세대에 있는 여성들이건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이 들어요.

독자님에게 허스토리도 이 같은 편지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담겨 있는 내용이 늘 다정하거나 따뜻하지 만은 않고, 종종 분노를 유발(?)한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올 한 해 이 뉴스레터로 여러분과 연결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에 다시 만나요.

본 뉴스레터는 2021년 12월 30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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