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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촉수로 한국 출판의 지적·문화적 전통 계승한 7종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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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이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1960년 제정된 한국출판문화상은 한 해 출판된 책 중 저술(학술), 저술(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청소년 등 5개 부문 우수 도서에 시상한다. 이번에는 편집과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서 공동 수상작이 나와 모두 7종 책의 저자, 역자, 출판사 등이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자인 '한국주택 유전자'(마티)의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30년간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6년에 걸쳐 쓴 책으로,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내용에 몰두하느라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며 "이 책이 학문 후속세대에게 두루 읽히고 다채롭게 해석돼 한국건축사의 공극을 메우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박정현 도서출판 마티 편집장이 수상 소감을 대신 전했다.
저술 교양 부문 수상자인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의 김초엽 소설가는 "내 이야기를 매개체로, 접해 보지 못했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저널리즘적인 작업을 언젠가는 꼭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를 다룬 첫 책이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이 책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 준 데 따른 결과물"이라고 감격해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인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의 강병철 번역가는 “이 책을 눈물과 박수로 후원해 준 자폐 부모님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처음 벼렸던 마음을 잊지 않고 '누군가에게 빛이 될 책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편집 부문 수상 도서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의 김종현 편집자는 "바닷물고기 528종을 세밀화로 담은 도감을 과연 끝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며 "책이 나와 후련했는데 상까지 받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 부문 공동 수상작인 '북클럽 자본'을 기획한 선완규 천년의상상 대표는 "출판 생태계에서 어느 하나 수고로움 없이 나오는 책은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독한 자본주의를 겹쳐 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마음이 좋기도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그만큼의 슬픔도 배여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 부문 수상자인 '엄마 도감'(웅진주니어)의 권정민 작가는 "엄마도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 수상 도서인 '국경'(책읽는곰)의 글을 쓴 구돌 작가는 "논리와 지식이 극도로 압축된 '국경'을 통해 아이들 가슴에 궁금증과 호기심의 씨앗이 심어지길 바란다"고 말했고, 그림을 그린 해랑 작가는 "혼자 결과물을 만드는 데 익숙했는데 협업의 가치와 기쁨을 경험하게 돼 감사하다"며 구돌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과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심사위원 대표로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허희 문학평론가가 참석해 수상자들의 노고를 축하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한 장은수 대표는 "한국출판문화상은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것을 넘어 한국 현대 출판의 위대한 지적·문화적 계승의 의미가 있다"며 "예민한 촉수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감지한 수상 도서의 언어가 앞이 안 보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이어 간다"고 말했다. 주일우 부회장은 "한국출판문화상은 출협의 서울국제도서전과 더불어 출판계의 버팀목이 돼 준 축제"라며 "저술, 출판, 독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써 준 한국일보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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