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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텅스텐 폐광 30년 만에 재가동… '필수재 자립전략' 새로 짜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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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국가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원 무기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안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폭주하는 건 중국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움켜쥐었다. 미국은 동맹·우방을 끌어들여 핵심전략물자 조달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식량안보’를 내세워 쌀 자급률을 높이던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한국의 대응전략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 텅스텐 생산기업 알몬티대한중석(옛 대한중석)은 지난해 강원 영월군 상동읍에서 1993년 폐광 이후 약 30년 만에 텅스텐 생산을 선언했다. 1970년대까지 세계적인 텅스텐 생산국이던 한국은 80년대 중국의 텅스텐 ‘덤핑공세’에 밀려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자원 무기화 조짐이 반전을 만들었다. 세계 최대업체 알몬티가 한국의 텅스텐 생산에 투자한 것이다. 업체 측은 약 5,800톤의 매장량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60년가량 텅스텐 부족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요소 공급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수출 제한에 막혀 요소수가 동나자, 필사적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뛴 결과였다. 올해부터 3년간 베트남으로부터 들여올 매년 최대 12만 톤의 요소는 2020년 수입량(37만 톤)의 30%에 해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수 품귀 현상은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내 산업계는 지금 ‘공급망 체질 개선’이란 난제를 받아든 상태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 등 그간 생각하지 않았던 카드까지 모두 꺼내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 텅스텐 등은 과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생산력이 무너졌던 품목”이라며 “지난해 요소수 대란이 그간의 경제논리를 뒤집고, 공급망 불안 문제를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끌어올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부가 꾸린 ‘범부처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는 경제안보 분야의 상징적인 변화다.
현재 TF의 관리대상 품목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외 의존도 등을 고려해 약 200개가 선정된 상태다. 정부는 여기에 올해 1분기까지 관리품목을 추가 발굴할 방침이다. 관리 대상 품목은 조기경보시스템(EWS)을 통해 중요도에 따라 A-B-C-D 4단계로 등급을 매겨 집중 관리되며, 주기적으로 조정된다.
이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안보 시대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젠 미국 일변도의 세계화는 끝난 셈”이라며 “무역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환경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 필수품의 경우 정부 차원의 비축 관리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선 닫은 공장도 다시 열 대비가 필요하단 얘기다.
실제 정부는 취약 품목 대응체계를 강화하면서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전환 △국제협력 등 다양한 수급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보안을 위해 정부는 공급 취약 자원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략 추려볼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무려 3,941개(31.3%)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쏠림 현상이 심했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한 마그네슘잉곳은 여전히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다. 다만 94.7%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산화텅스텐의 경우 알몬티대한중석 사례처럼 국내 생산이 시작되면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수급안정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될 걸로 기대된다. 다만 업계와 학계에선 “여전히 곳곳이 구멍”이라며 정부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며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과 3년 전 일본의 반도체 관련 제품 수출규제를 겪고도 지난해 요소수 대란 당시 민첩하지도, 세밀하지도 못했던 정부 대응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인천 북항 인근에서 만난 주유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 당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현장에선 혼선이 상당히 컸다”고 전했다. “일언반구 없이 요소수 공급처를 주유소로 한정했단 발표부터 나오면서 헛걸음하는 차량이 수없이 많았고, 거점주유소 선정도 주먹구구식이라 선정되지 않은 주유소의 피해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과거엔 공급량이 적어지면 비싼 값에 구할 수나 있었지만, 이젠 필수 품목 한 가지가 멈춰 서면 업계 전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단 생각이 팽배하다”고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앞으로 기업 규모와 자본력, 정보력에 따라 필수 품목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뚜렷해질 거란 우려도 상존한다.
화물운송업자 권모(61)씨는 “요소수 사태 때도 대량 비축이 가능했던 대형 운송회사들은 큰 걱정 없이 해를 넘겼지만, 개인 사업자는 웃돈을 주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겨우 구해 차량을 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이 같은 격차는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현장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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