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 없는 대선' 결심한 듯... '홀로서기'로 새출발

입력
2022.01.04 23:49
수정
2022.01.04 23:5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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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5일 오전 11시 쇄신안 발표
선대위, 해산 수준 개편 후 당 중심 선거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나서고 있다. 2022. 01. 04. 오대근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나서고 있다. 2022. 01. 04.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없이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지지율 하락 위기를 맞아 쇄신 요구에 직면한 윤 후보는 5일 선거대책위원회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김종인 총괄위원장이 제안한 ‘김종인 중심’의 선대위 개편이 아닌, 윤 후보가 원톱으로 나서는 ‘홀로서기’ 방식이 유력하다고 4일 복수의 당 관계자가 전했다. 선대위 조직은 해체 수준으로 확 줄이고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른다는 게 윤 후보의 복안이다.

이 같은 개편안이 확정되면 김 총괄위원장은 해촉 수순을 밟게 된다. 윤 후보와 사실상 결별이다. 다만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배제가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윤 후보가 막판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후보는 5일 서울 서초동 자택 등에 머물며 종일 장고를 거듭한 끝에 ‘선대위 해산’을 결심했다. 선대위 조직과 기능을 재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선대위 없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이다.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윤 후보는 선대위의 기본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형 선대본부’만 두고, 현재 선대위 본부장급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을 각 지역 선거 현장으로 내려보내는 식의 쇄신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김종인 총괄위원장 및 이준석 당대표와 대립 관계였던 권성동 의원도 선대위 당무지원총괄본부장직과 당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싹 정리하고 가자"는 게 윤 후보의 의중인 셈이다.

윤 후보와 김 총괄위원장의 결별 징조는 3일부터 시작됐다. 김 총괄위원장은 윤 후보와 합의하지 않은 채 '선대위 전면 개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윤 후보는 선대위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언했다. 김 총괄위원장의 돌출 행동은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선거를 지휘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나온 충격요법이었지만, 윤 후보 측근들은 '쿠데타'로 받아들였다.

이에 "윤 후보를 욕보인 김 총괄위원장과 함께 갈 수 없다. 계속 함께 한다 해도 유기적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중도 상징성을 가진 김 총괄위원장과 갈등 끝에 결별하는 모양새 자체가 윤 후보 리더십에 더 큰 상처를 낼 것"이란 신중론이 윤 후보 주변에서 충돌했다. 윤 후보는 당장의 진통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자존심을 중시하는 윤 후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김 총괄위원장을 또 다시 붙잡으면 '상왕' 역할을 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쇄신안 후속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김 총괄위원장은 검찰총장 시절의 윤 후보를 ‘별의 순간’이라는 표현으로 치켜세웠고, 대선후보 경선 막판 윤 후보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대선후보가 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가 굳건하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총괄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한 지난 한 달간을 돌이켜보면, 윤 후보와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김 총괄위원장의 기류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오전엔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윤 후보에게 우회적으로 재촉 메시지를 발신했다. 오후엔 "윤 후보의 마음을 내가 알 수가 없다"고 하면서 김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의 '이상 징후'를 읽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김 총괄위원장과 결별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우려를 윤 후보에게 전달했다. 한 초선 의원은 “윤 후보가 자존심이 상했을 순 있지만, 후보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게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형 위기를 만난 지금 김 총괄위원장을 배제하는 건 자책골을 넣는 셈"이라면서도 "결정은 윤 후보 혼자 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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