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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김종인 딜레마... 모욕당했지만, 결별하면 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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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김종인발(發)'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쇄신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일 오전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한다. 선대위는 매머드급 방사형 의사 결정 구조를 피라미드형으로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3일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한 윤 후보는 4일 선대위로 출근하지 않은 채 서울 서초동 자택 등에 머물며 장고를 거듭했다. 그의 진짜 고민은 조직 개편이 아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동행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괄위원장은 3일 윤 후보와 합의하지 않은 채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했고, "윤 후보는 연기만 좀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언했다. "윤 후보를 욕보인 김 총괄위원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주장과 "결별이 윤 후보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란 신중론이 윤 후보 주변에서 충돌했다.
윤 후보는 ‘슬림화’라는 김 총괄위원장의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선 거의 수용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조율자와 다수의 실무자를 두고, 이준석 당대표에게 홍보 총괄을 다시 맡기자는 게 김 총괄위원장의 구상이다. 윤 후보는 3일 밤 늦게까지 여의도 당사에 남아 과거 대선 선대위가 어떻게 운영됐는가를 연구했다고 한다. "선대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깊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김종인 딜레마’ 앞에선 곧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킹메이커'인 김 총괄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막판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윤 후보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어느새 윤 후보의 리스크가 됐다. 선대위 전권을 요구하는 김 총괄위원장과 전권을 호락호락 넘겨줄 수 없다는 윤 후보가 지난 한 달 내내 부딪혔다. 3일 김 총괄위원장의 돌출 행동은 자신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일종의 충격요법이지만, 윤 후보 측근들은 '쿠데타'로 받아들였다.
윤 후보 측엔 딱 절반씩의 조언이 쏟아졌다. "김 총괄위원장과 함께 가도 어차피 유기적 협력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윤 후보가 홀로 서라"는 요구와 "김 총괄위원장의 중도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승리만 생각하고 참아야 한다"는 주문이 엇갈렸다.
이에 윤 후보는 4일 당 안팎의 여론을 들었지만, 김 총괄위원장과는 깊이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대위 관계자는 "선대위 개편이 어떤 방향이든, 윤 후보의 독자적 결단이어야 이후 윤 후보의 권위가 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위원장도 윤 후보와 거리를 뒀다. 오전엔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윤 후보에게 우회적으로 재촉 메시지를 발신했다. 오후엔 "윤 후보의 마음을 내가 알 수가 없다"고 하면서 김 총괄위원장이 윤 후보의 '이상 징후'를 읽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다만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을 빼고 갈 것"이란 언론 보도를 선대위는 즉각 부인했다.
이에 윤 후보가 김 총괄위원장과 계속 손을 잡되 권한은 다소 제한하는 식의 절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윤 후보가 자존심이 상했을 순 있지만, 후보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게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형 위기를 만난 지금 김 총괄위원장을 배제하는 건 자책골을 넣는 셈"이라면서도 "결정은 윤 후보 혼자 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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