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바야흐로 ESG의 시대다. 기업, 증시, 정부,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ESG를 얘기한다. 대세로 자리 잡은 'ESG의 경영학'을 하나씩 배워 본다.
우리가 'ESG'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부터였지만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ESG는 이제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ESG를 이야기할 때 ESG에 대한 단어 설명부터 시작해야 했지만 요즘은 어디 가서 ESG의 뜻풀이를 하는 친절을 보인다면 아마 상대방을 무시한다는 핀잔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300개 기업 대상의 ESG 실태 조사 결과에서 의미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약 70%의 기업이 ESG 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ESG 경영 수준은 보통 정도인 것으로(2.9점/5점 만점) 평가했다고 한다.
약 70%의 기업이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ESG의 필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요하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ESG 경영 수준에 대해 스스로가 보통의 점수밖에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실질적인 ESG 경영체계가 자리 잡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자체 평가는 관대한 경향을 보이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ESG 경영 관리 수준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더 크다고 여겨진다.
최근 1년 동안 많은 경영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ESG 경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는데 대체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ESG 경영 현황은 4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ESG의 중요성과 그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 둘째,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실행 방법을 모르는 경우, 셋째, ESG의 실행 방법을 알고 있지만 투자비와 기업문화 혁신에 대한 부담이 커서 최소한의 실행에 그치는 경우, 넷째, ESG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행전략 수립, 기업문화 혁신, 장기 경영계획을 재수립하는 한편 투자 순위도 재설정하는 경우다.
이 4가지 부류 중에서 네 번째 유형에는 IT, 유통, 화학, 생필품 등 분야의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리스크 부담을 가장 크게 스스로 떠안은 곳이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길을 앞장서서 개척해 가는 과정에서 실패의 부담과 함께 개척 비용에 대한 리스크도 높다. 그러나 높은 위험에 비례하여 높은 수익과 성장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이들은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간 대가로 회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
반면 첫 번째 유형은 어떨까? 변화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리스크가 클 이유는 당연히 없다. 다만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와 '정책', '투자자'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변화하지 않음에 따른 리스크의 크기는 매우 크다. 마치 아날로그 카메라, 삐삐, CD 등이 산업과 기술의 큰 변화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과 같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 노동환경이 취약한 산업, 다양성과 포용성이 자리 잡지 못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 과거의 지배구조의 틀에서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현실 안주 기업은 도약의 기회는 없으면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진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이 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의 기업은 결국 첫 번째 기업의 유형을 따를 것인지 네 번째 유형에 가깝게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할 날이 올 수밖에 없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타의에 의해 첫 번째 유형의 기업과 같은 궤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