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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종인 빼고 다 떠난 선대위... '쇄신 몸살'인가 '위기의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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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을 단 65일 앞둔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가 쓰나미를 만났다. 선대위는 종일 '쇄신'을 외치며 각종 극약 처방을 내놓았지만, 갈무리하지 못한 탓에 사실상의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선대위직과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 집단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선대위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상태가 됐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위기를 침착하고도 주도면밀하게 돌파하는 리더십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모든 혼란을 수습해야 할 윤 후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그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건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점으로 공개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이양수 수석부대변인 명의로 "추후 일정이 재개되는 대로 알리겠다"는 공지만 낸 채였다. 대선후보가 선거운동을 멈추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매일 하나씩 민생 공약을 공개하겠다"(1일 김은혜 선대위 공보단장)”며 ‘대선공약 물량공세’를 약속한 지 이틀 만에 정책 행보도 중단됐다. 윤 후보는 종일 여의도 당사에 머무르며 선대위 쇄신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김종인 선대위 총괄위원장 사이의 엇박자가 노출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같은 시각 김종인 총괄위원장은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대위 회의에서 선언했다. 윤 후보와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윤 후보 부재 중에 중대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를 나서는 윤 후보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기자들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두문불출한 윤 후보 대신 선대위 ‘리셋’ 작업을 진두지휘한 건 김 총괄위원장이었다. 윤 후보가 불참한 오후 의원총회에 홀로 참석한 그는 “연말을 기해 나타난 여러가지 여론을 이달 말까지 원래의 상황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쇄신을 역설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한 달 전 선대위에 합류한 이후 전권을 쥐지 못한 채 다소 겉돌았다. 이제는 본인이 선대위를 틀어쥐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선대위 개편에 대해 윤 후보 동의를 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럴 필요가 없다. 반드시 후보에게 얘기해야 한다면, 총괄위원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우리 윤 후보는 정치를 한 지 얼마 안 돼 상당히 미숙한 부분이 있다. 말실수 그런 걸 바로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윤 후보의 메시지·일정을 전부 본인이 관리하겠다고 거듭 못 박았다. 월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지만, 윤 후보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없었다.
집단 위기의식을 느낀 국민의힘은 발 빠르게 반응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의원총회에서 당직ㆍ선대위직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의원들은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끝에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이어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김종인), 상임선대위원장(김병준),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김한길)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는 선대위 공지가 나왔다. 이로써 윤 후보가 밀어붙인 ‘3김(김종인ㆍ김병준ㆍ김한길)ㆍ6본부장 체제’의 대규모 선대위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김한길 위원장의 사퇴 과정은 더 시끄러웠다. 그는 자신이 영입한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이 이날 선대위에서 사실상 퇴출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페미니스트 간판을 내건 신 전 부위원장은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우선순위에 둔 당내 그룹의 압박을 받고 2주 만에 선대위를 떠났다. 인사 참사였다.
국민의힘은 "김 총괄위원장은 사의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김 총괄위원장의 의사를 묻지 않고 선대위가 덜컥 사의 공지를 냈다는 설명이었다. 선대위가 이날 얼마나 우왕좌왕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다. 김 총괄위원장은 TV조선 인터뷰에서 "윤 후보와 협의해 내일이나 모레쯤 (선대위 개편을) 일단락 짓겠다"며 "새롭게 총괄본부를 만들어 윤 후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려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선의 주인공인 윤 후보도, 이번 위기를 촉발한 이준석 당대표도 소용돌이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그는 대표직 사퇴에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하루종일 침묵을 지키다 오후 9시쯤 당사를 나서며 처음 입을 열었다. 먼저 "제가 부족한 것이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몸을 낮춘 윤 후보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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