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재입북' 늘어나는데...신변보호 관리는 구멍 '숭숭'

입력
2022.0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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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20년 재입북만 30명
경찰 1명이 탈북민 29명 담당
A씨 "고향 그립다" 월북 암시도

강원도 고성 감시초소(GP) 전경. 연합뉴스

강원도 고성 감시초소(GP) 전경. 연합뉴스

새해 첫날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철책 귀순’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으로 밝혀지면서 경찰 등 관계 당국의 허술한 탈북민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정착 부적응으로 재입북하는 탈북민이 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어 유사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월북자 A씨가 북으로 돌아간 결정적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사회부적응 문제였다. 그는 2020년 11월 귀순 후 서울에서 청소용역원으로 일했으나, “고향이 그립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중국, 러시아를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등 주변에 재입북을 암시하는 말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입북 징후도 있었다. 관할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6월 A씨의 입북 동향을 두 차례 상부에 보고했으나, 서울경찰청은 묵살했다.

실제 국내 입국 탈북민 중 상당수가 사회의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월북을 시도하고 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2012~2020년 재입북 사실이 확인된 탈북민만 30명에 달했다.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이도 2019년 한 해에만 771명이나 됐다. 생활고도 심각하다. 탈북민 실업률은 2015년 4.8%에서 2018년 6.9%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반국민 실업률(3.0%ㆍ2019년 기준)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탈북민의 생계급여 수급률 역시 23.8%로 일반국민(3.6%)보다 훨씬 높다.

통일부 관계자는 “A씨도 관련 법률에 근거해 정착금 등 동일한 지원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국의 처우는 ‘정상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내실 있는 관리와 거리가 멀다. 탈북민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돌봐야 할 경찰 신변보호관 수가 절대 부족한 탓이다. 지난해 통계만 봐도 신변보호가 필요한 탈북민은 2만5,556명인데, 신변보호관은 881명이 고작이었다. 경찰 한 명이 29명의 탈북민을 챙기는 셈이라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탈북민 관리는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동향이 없는지 체크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A씨도 지난해 12월 29일까지 신변보호관과 연락이 닿다 돌연 잠적한 사례다.

A씨의 생사여탈권은 이제 북한이 쥐고 있다. 북측은 2020년 7월 MDL을 넘어 개성으로 들어간 재입북 탈북민 사건 당시, 그를 ‘불법귀향자’로 정의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초강경 조치로 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우려해서인데, 이번에도 A씨를 격리한 뒤 탈북ㆍ월북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은 외부 이물질을 한 톨도 허용하지 않아 고성 북측 지역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2년 전과 달리 '육로’를 통한 입북인 만큼 북한이 경계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신병처리 여부를 함구할 여지도 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 군이 두 차례 보낸 대북전통문 수신 사실만 밝혔을 뿐, 구체적 언급은 계속 피하고 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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