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왕개미'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범... 2만 주주들 '경악'한 사연

입력
2022.01.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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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담당 직원, 회삿돈 1800억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개장 첫날부터 거래 정지
동진쎄미켐 '왕개미'와 동일인 확인... 주주들 '경악'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오스템임플란트 신사옥. 오스템임플란트 제공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오스템임플란트 신사옥. 오스템임플란트 제공

"새해 첫날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랍니까. 좋은 기업인 줄 알고 가진 돈 올인했는데."

올해 증시 첫 거래일인 3일 주식정보가 오가는 커뮤니티에선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시가총액이 2조 원이 넘는 국내 대형 임플란트 제조사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정규 장이 열리기도 전에 거래 정지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총 2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에 이날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오스템임플란트는 이 회사 재무관리팀장으로 일해 온 이모(45)씨가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 그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달 31일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액은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자기자본(2,047억 원)의 약 92%에 달하는 규모이자, 상장사로는 역대 최대 금액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자금담당자로서의 특수성을 악용해 단독 범행했고, 잔액증명 시스템을 조정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이날 오전 8시 35분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는 게 거래소가 밝힌 거래 정지 이유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한은 영업일 기준 최장 15일로, 이달 21일 내로 심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주식 거래 정지 소식에 망연자실했던 주주들은, 이씨의 정체가 이날 뒤늦게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아야 했다. 이씨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동진쎄미캠 주식을 무려 1,430억 원어치 사들인 '파주 왕개미'와 동일인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파주 왕개미로 불렸던 이씨는 당시 동진쎄미캠 지분을 7.62% 확보해 단숨에 주요 주주로 올라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주식을 매수한 지 약 한 달 만인 11월부터 두 달 동안 매입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손절'에 나서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진쎄미캠 주가는 8.43% 급락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관련 계좌를 동결해 횡령금액을 최대한 회수한다는 계획이지만,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주들은 우려하고 있다. 상장 폐지를 걱정하는 소액주주들도 적지 않다. 한 주주는 "우량한 회사라고 알려져 투자했는데, 회사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겠냐"고 하소연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14만 원으로 내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영속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폐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횡령액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2021년 영업외손실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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