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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비 방역대책 짠다 ... "앞으로 한 달이 '골든타임'"

입력
2022.01.03 18:20
수정
2022.01.03 18:4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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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중증화율, 델타의 절반이라지만
전파력 워낙 강해 설 연휴 전 급증 가능성
역학조사·진단검사·치료 역량 보강, 대비해야

3일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추운 날씨 속에 언 손을 난로에 녹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3일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추운 날씨 속에 언 손을 난로에 녹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가 델타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30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 활용을 확대하고 재택치료에 동네 의원 참여를 늘리는 등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방역 전략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약 한 달간이 오미크론 대응을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일상회복 재개를 기약할 수 있다.

"오미크론 피해 델타보다 클 수 있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111명 늘어 누적 1,318명이 됐다. 새해 첫날 1,000명을 넘어서며 델타보다 2.5배나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급기야 사망자도 나왔다.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90대 2명이 치료 중 숨졌는데, 이들 중 1명에게서 오미크론이 확인됐고 나머지 1명도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진행할 위험이 다른 변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이 먼저 확산된 유럽이나 미국에선 실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의 30~50%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전파력이다. 워낙 전파가 빨라 감염 규모가 급격히 커진다. 코로나19 피해는 중증화율과 치명률에다 감염 규모까지 함께 평가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증화율이 (델타의) 절반이라 해도 감염 규모가 2, 3배 커지면 사망자는 더 많이 나온다”며 “우리나라는 감염 규모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로열런던병원 앞에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만9,789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런던 EPA=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로열런던병원 앞에 구급차가 줄지어 서 있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만9,789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런던 EPA=연합뉴스

유럽과 우리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가령 영국은 인구의 약 20%가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우린 감염 인구가 1.2%밖에 안 된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리면(재감염) 증상이 심하지 않다. 유럽에서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높지 않은 게 재감염이 많은 영향인지, 오미크론 자체가 약해서인지는 확실치 않다.

신속항원검사 활용 확대 검토 중

바이러스 특성이 달라졌으니 방역도 변화가 필요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으로 코로나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할 때 오미크론이 속도를 내면서 저 멀리 달아나는 형국”이라며 “더 빠르고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역학조사와 진단검사, 치료 역량 전반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선 당국은 항원검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PCR검사 후 격리하는 지금의 방식으론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따라가기 버겁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항원검사 사용 폭을 넓히는 등 검사를 다양화하고 기존 의료 체계 내에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3~6시간이 걸리는 PCR검사와 달리 항원검사는 30분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 요양병원 등의 주기적 검사에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의 의약품 생산시설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생산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의 의약품 생산시설에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생산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로이터=연합뉴스

이들 중순 들어올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실효성을 위해서도 중증 위험이 높은 감염자는 빨리 찾아낼수록 좋다. 증상 발현 후 5일 안에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역학조사 인력 확충과 더불어 IT(정보기술) 기반의 ‘디지털 트레이싱(추적)’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 치료 병원 늘려야

재택치료 보강과 안정화 역시 급선무다. 이날 0시 기준 전국 2만3,024명이 재택치료 중이다.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많은 오미크론의 특성상 재택치료 인원은 빠르게 늘 걸로 예상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재택치료자가 동네 의원에서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의료기관이 독감처럼 증상이 비슷한 병을 오미크론 감염과 구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2, 3주 뒤인 설 연휴 전 오미크론 감염이 급증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행 규모가 커질수록 기저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도 많아진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 환자가 뇌출혈이 생기면 CT(컴퓨터단층촬영)도 즉시 못 찍는다”며 “확진자가 24시간 제한 없이 어떤 치료든 받을 수 있는 전담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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