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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미중 갈등, 이상기후… "공급망 교란 요인, 이젠 예측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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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국가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원 무기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안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폭주하는 건 중국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움켜쥐었다. 미국은 동맹·우방을 끌어들여 핵심전략물자 조달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식량안보’를 내세워 쌀 자급률을 높이던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한국의 대응전략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지난해 한국이 겪은 ‘요소수 대란’은,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구축해 온 국제분업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생산기술은 있지만, 경제성이 낮아 저가의 해외 공급에 의존했던 비필수재(요소)마저 언제든 치명적인 산업 마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뚜렷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에 대해 '시장 논리' 대신 '경제 안보'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의 반목, 기후변화 등이 갖가지 형태로 전혀 의외의 순간에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어서다.
6일 산업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상황은 존재해 왔다. 다만 특정 분야나 시기에 한정해 발생했거나,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지 못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당시 일본이 담당하던 주요 부품 공급체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이 일본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하는 등 일본발 공급망 교란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을 때도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이른바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특별법' 시행이나 소부장 자립 역량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우리 일상에 미치는 파급력은 체감도가 낮은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차원이 다른 위기를 만들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전 지구적 재해에 각국이 저마다 자구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셧다운(봉쇄)에 의한 생산 중단, 국가 간 물리적 교류 차단 등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 모두에 대한 예측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이는 수급 불균형 상황으로 이어졌다.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 같은 돌발 상황까지 계속 더해지면서 기업의 수요 예측은 더욱 힘들게 됐다.
최근 국가 간 교류가 재개돼 공급망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각국이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를 경험하면서, 공급의 안정성을 우선순위로 삼게 됐다.
이에 따라 재원이 풍부한 선진국들은 전략적으로 특정 산업에 투자하면서 경기까지 회복시키고 있는 반면, 재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돈 있는 국가는 전략산업에 달려들지만, 가난한 나라는 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국가 간 유전무죄 무전유죄’ 상황이 되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중 갈등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공급망 전략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이에 대한 ‘세계의 공장’ 중국의 반발은 주요 원자재, 부품, 제품의 공급망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사실상 중국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면서도, 미국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전략적으로 공급망을 활용해 공세를 펴는 분위기”라면서 “언제, 어떤 분야로 공격이 가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다. 전통적으로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며, 경제는 중국과 공생하는 구조에서 한국이 난감한 상황에 빠질 확률이 높아졌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 현상도 공급망 안정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몰아친 한파로 미국 텍사스 지역 반도체 공장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빚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마침 대만의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생기면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줘 급증하는 세계 반도체 수요를 채우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상 이변을 막기 위해 추진되는 탄소중립 정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연료를 찾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공급망 교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요소 생산을 제한하면서 우리나라의 요소수 대란을 촉발한 것도 한 예다.
한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농수산물 안보 문제는 최근의 공급망 재편과 아직은 무관해 보인다. 다만 농수산물 공급망까지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추세가 나타날 경우 이는 별개의 ‘식량 안보’로 이어져 더 큰 위협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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