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땅’ 미얀마, 한국이 망각해선 안 되는 이유

입력
2022.01.04 04:40

지난 1일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승려와 미얀마인들이 대전에서 쿠데타 군부 타도와 문민정부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매년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우리네 일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은 묻어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망각을 통한 삶의 동력 회복이다. 한 사람의 감정선 영역이라면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삶의 지혜라면 지혜다.

하지만 가해 혹은 동조자의 입장에서 망각을 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발생 후 민간인 1,964명이 죽고 8,344명이 불법 구금된 미얀마. 한국은 이런 군부의 최대 '돈줄'인 에너지 사업 등에 거액을 투자한 주요국 중 하나다. 쿠데타 이후 현지인은 물론 국제인권단체까지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미얀마 사태에 관한 한 한국은 제3자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긴 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과의 외교 행사에서도 "미얀마의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 역시 내놓았다. 그러나 실효적인 군부 압박은 진행하지 않았다. 한국이 반(反)군부 진영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현지 진출 한국기업과 교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자극'은 최소화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같은 시간, 노르웨이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자국 정부가 54%의 지분을 가진, 미얀마 제2의 통신사 '텔레노르'의 현지 사업 철회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텔레노르는 자사가 보유한 현지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웨이브'의 지분을 싱가포르에 매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미얀마 주류 시장을 석권하는 일본의 '기린' 또한 사업 철수에 속도를 내며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한국의 차이는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 여부로 갈리는 듯 하다. "살인 정권에 대한 방관을 거부하라"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며 자국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는 외국인들. 미얀마에서 돈을 벌어온 이들이 이웃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응원함으로써 만들어가는 희망의 씨앗이다. 임인년 새해, 동아시아 민주주의 선도국 한국은 어떠한가. 미얀마는 지금 고통받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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