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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포츠센터 엽기살인 피해 직원, 하의 전라였는데… 경찰은 패딩만 덮어주고 철수

입력
2022.01.03 12:15
수정
2022.01.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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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출동 때 피의자 허위신고 사실 못 알아채
'잠들었다' 말만 믿고 상처 확인 등 건너뛰어
7시간 지나서 2차 신고 후 자수하자 긴급 체포

서울 서대문경찰서.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대문경찰서.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원을 엽기적 방법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41)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뒤 경찰에 허위로 1차 신고를 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행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철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피해자가 하의가 모두 벗겨진 채 센터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패딩으로 하체만 덮어준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 2시쯤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는 피의자 한모씨의 신고를 접수하고 서울 서대문구 소재 어린이 스포츠센터로 출동했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을 의심했던 경찰은 10분 가까이 머물면서 센터를 수색했지만 피해 여성을 찾지 못했다. 만취 상태였던 한씨는 자초지종을 묻는 경찰에게 "내가 언제 누나라고 했느냐. 어떤 남자가 센터에 쳐들어와 그 사람과 싸운 것뿐이다. 그 사람은 도망갔다"고 둘러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인 직원 A씨가 반팔티 차림에 하의가 완전히 벗겨진 상태로 센터 바닥에 반듯이 누워있는 걸 발견했다. 한씨는 A씨의 신원을 묻는 질문에 "직원인데 술 취해 자고 있다. 도망간 남성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한씨는 경찰의 폐쇄회로(CC)TV 확인 요청도 거부했다. 경찰은 A씨의 하의를 패딩으로 덮어준 뒤 어깨를 두드리고 가슴에 손을 얹어보는 등 생명 반응을 확인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한씨는 허위 신고 당시에도 A씨를 폭행하다가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에야 폭행을 멈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 출동 당시 현장엔 한씨가 A씨의 항문 부위를 수차례 찌른 도구로 파악된 70㎝짜리 플라스틱 막대기도 놓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폭행으로 인해 엉덩이 부근에 멍이 집중적으로 들어 있었지만, 경찰은 A씨를 뒤집어보는 등 확인 작업을 소홀히 해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나가 맞는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을 찾았던 상황이라 여성을 찾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다"면서 "(A씨는) 혈흔도 없었고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이고 술 취해 자고 있다고 하니, (몸을 뒤집어 본다거나 하는 등) 함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7시간쯤 뒤인 31일 오전 9시쯤 'A씨가 숨을 거뒀다'고 신고했고, 센터에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A씨를 폭행했다고 자수해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가 플라스틱 막대에 장기를 찔려 숨진 것 같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내놓자 경찰은 한씨 혐의를 살인으로 바꿨고, 서울서부지법은 2일 "도망갈 우려가 있다"며 한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간과 심장 등 장기 여러 곳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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