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강원도 육군 22사단에서 우리 국민이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부대는 북한군ㆍ주민이 귀순한 사건이 여러 번 발생한 전력이 있는 경계취약부대다. 첨단장비를 보강했는데도 월북사건을 막지 못했으니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친 셈이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0분께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되짚어 보면 월북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수차례 있었다. 오후 6시 40분께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최초로 CCTV에 포착됐으나 우리 군은 실시간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철책에 설치된 감시센서 경보도 정상 작동했고 초동조치 병력이 해당 철책으로까지 출동했지만 ‘이상 없다’는 보고를 한 뒤 철수했다. 군은 감시장비가 처음 월북자를 포착한 지 3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9시 20분께야 월북자를 확인했고 병력을 재차 투입했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감시장비가 3차례나 포착했고 병력도 2번이나 출동했지만 우리 국민이 유유히 북으로 넘어간 것이다.
지난해 2월 이 부대가 관할하는 해안 배수로를 통해 북한 남성이 오리발을 착용하고 월남했고 그 3개월 전에도 북한 남성이 철책에서 1.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바 있다. 당시에는 감시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장비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장비가 정상 작동했는데도 놓쳤다. 입이 열 개라도 군은 할 말이 없다.
군은 월북자의 신원도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이날 대북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월북자의 안위가 우려된다. 아직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지만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등 우리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고, 군은 혹시라도 해이해질 수 있는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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