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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귀순' 부대 또 뚫렸다…CCTV·경보에도 '초동조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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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최전방 철책선이 뚫렸다. 1일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군 당국은 감시장비로 월북자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을 포착하고도 3시간 가까이 까맣게 몰랐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전날 오후 10시 40분쯤 신원미상 인원 1명이 강원 동부전선 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혔다. 남북 간 무단 월경 사례가 확인된 것은 지난해 2월 16일 해상을 통한 오리발 귀순 이후 약 1년 만이다. 월북으로 좁히면 2020년 7월 18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강화도 배수로 월경’ 이후 17여개월 만이고, 육로 철책을 통한 월북 사례는 2009년 이래 처음이다. 22사단 관할 지역은 오리발 귀순과 2012년 10월 ‘노크 귀순’ 등 유사 사건이 되풀이돼 대북 감시망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월북 사건은 2018년 9ㆍ19 남북군사합의에 근거해 병력을 철수시킨 비무장지대(DMZ) 내 보존 감시초소(GP) 인근에서 발생했다. 월북자가 DMZ에 진입하기 전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은 전날 오후 6시 40분쯤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그러나 군 당국은 오후 9시 20분에야 DMZ에서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미상의 인원을 인지했다. 2시간 40분을 허비한 탓에 뒤늦은 신병 확보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월북자가 GOP 철책을 돌파할 때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정상 작동됐다. 해당 시스템이 도입된 GOP 철책은 광망 센서가 설치돼 철책을 훼손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이 실리면 경보음이 울려 병력이 즉각 투입되는 구조다. 합참 관계자는 “광망 경보가 정상적으로 울렸고 부대가 현장에 출동했는데 당시엔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CTV 영상에 대해서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감시병들이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돌려보는 과정에서 월책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의 안이한 대응으로 미처 손 써볼 틈도 없이 ‘초동조치’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2일 오전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계 실패의 이유와 책임소재는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군 당국은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당시 광망 경보가 작동하지 않아 대대적 보강작업을 했고, 이번 사건에선 장비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전직 군 당국자는 “그간 꾸준히 지적돼 온 광망 작동 문제로 경보가 울렸는데도 경계 부대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또 있다. 아직 월북 대상자의 신원과 월북 경위, 생사 여부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군은 해당 부대 병력에 누출이 없는 만큼 일단 월북자를 민간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이 북한 쪽 DMZ에서 미상의 인원 4명을 식별했지만 월북과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국경을 틀어 막을 정도로 감염 억제를 위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적용하고 있어 월북자 신변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망했을 때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답신이나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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