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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美 은행 절도 범죄 숨겼던 그의 정체 드러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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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필드 출신 토마스 랜들(73)이 5월 18일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숨을 거뒀다. 랜들은 콜로라도주(州) 덴버에서 에드워드ㆍ루서베스 랜들의 아들로 1947년에 태어났다.”
지난해 5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이크필드의 지역 장례식장 부고란에 올라온 고인 소개 글이다. 이 부고를 단서로 연방보안관실이 52년 된 은행 절도 사건을 해결해 지난해 말 미국에서 화제가 됐다.
물론 범인은 실제로 이미 숨진 뒤였다. 랜들(본명 테드 콘래드)의 정체와 행적이 드러나며 뒷얘기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1969년 1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사이어티내셔널뱅크 창구에서 은행원 일을 시작한 콘래드는 은행 경비가 상당히 느슨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콘래드는 고교 친구들에게 “내가 모든 종류의 돈을 갖고 나가는 것은 매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콘래드는 20세 생일이던 그해 7월 11일 21만5,000달러(약 2억5,000만 원)를 챙겨 사라졌다. 은행은 사흘 뒤에야 돈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수사당국이 찾아 나섰지만 붙잡지는 못했다.
사건 1년 전 개봉했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콘래드가 즐겨 보던 영화였다. 영화 주인공은 260만 달러를 강탈했던 사업가였다. 수사관들은 콘래드가 영화 때문에 사건 후 ‘토마스’라는 가명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보스턴을 도피처로 택한 것 역시 영화의 많은 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됐던 이유도 있었다고 봤다.
콘래드는 사건 1년 반 뒤 보스턴에서 사회보장번호(SSN)를 새로 발급받았고, 이후 보스턴 외곽 골프클럽에서 골프 선수와 강사, 매니저로 일했다. 1980년대부터는 자동차 판매업에 종사하면서 랜드로버와 볼보 딜러로 살아왔다.
그가 훔친 돈은 현재 가치로 170만 달러(약 2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콘래드는 결혼 후 40여 년간 보스턴 교외에서 여유롭게 살았지만 2014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신용카드 빚이 16만 달러에 이르렀고 남은 자산도 거의 없었다.
50여 년 만에 드러난 콘랜드의 정체는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수년간 친분을 쌓았던 사람 중에는 보스턴에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도 있었다고 AP가 보도했다. 그의 친구들은 이제서야 콘래드가 항상 턱수염을 기르고 골프장에서도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던 이유가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었다. 콘래드는 자신이 자란 이야기와 부모 형제에 대해서도 말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콘래드의 범죄는 단죄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콘래드의 동료들은 AP에 “그는 매우 예의 바르고, 말을 잘했고,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말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며 “우리들이 아는 한 최고의 골프 선수”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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