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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 중 7명 "5년간 집값 급등 탓 인생 계획이 달라졌다"

입력
2022.01.02 21:10
수정
2022.01.02 21:4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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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다음 대통령은 잡을 수 있나요]
<상>부동산에 저당 잡힌 인생
한국일보-청년재단 공동기획 설문조사
6,428명 응답...집값 폭등에 내 집 마련 꿈 잃어
"다음 대통령도 집값 못 잡을 것"

지난달 3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에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3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에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소폭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지만,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선택 시 가장 영향을 미칠 정책 이슈로 '부동산 및 주거 안정 대책'(51.8%·복수 응답)이 압도적으로 꼽혔을 정도다.

애초 출발점이 달라 '벼락거지'가 된 청년층의 상실감과 절망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일보가 청년재단과 공동으로 12월 17~26일 청년(만 19~34세) 6,4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동산 인식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지난 5년간 부동산 문제로 결혼과 출산, 자산 형성 등 인생 전반의 계획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 집 마련의 꿈 자체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는데,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인생 출발선 자체를 바꿔 놓은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새로 뽑히게 될 다음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다. 10명 중 8명가량은 '다음 대통령 역시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며 매우 비관적 시각을 드러냈다.

달라진 인생 계획=내 집 포기였다

부동산으로 달라진 인생. 그래픽=송정근 기자

부동산으로 달라진 인생. 그래픽=송정근 기자

2일 한국일보와 청년재단의 공동 설문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의 67.5%(매우 그렇다 27.1%·대체로 그렇다 40.4%)는 지난 5년간 부동산 문제로 인생 계획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별로 그렇지 않다'(19.5%)와 '전혀 그렇지 않다'(9.0%)를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내 집 마련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94.4%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70.7%·대체로 그렇다 23.7%)라고 답했다. 부동산으로 인생 계획이 달라졌든, 달라지지 않았든 모두 90%를 넘었다.

하지만 내 집 마련 가능 시기를 묻는 질문에 '평생 불가능'이라는 응답이 13.8%였다. 7명 중 1명꼴이다. '10년 이내'라는 응답이 가장 많긴 했지만 34.8%에 불과했고, '20년 이내'(15.9%)와 '15년 이내'(15.3%)가 뒤를 이었다.

평생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부동산 문제로 인생 계획이 '매우 달라졌다'는 응답자(27.1%)에게서 많이 나왔다. 인생 계획이 매우 달라졌다고 답한 청년 5명 중 1명(21.1%)은 사실상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고 답했는데, 이들의 평균 나이는 25.3세에 불과했다. 모두 미혼이고 학생이다. 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꿈을 접은 것이다.

절망적인 답변의 배경에는 부모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집값에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억7,000만 원에서 지난해 11월 11억4,8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을 사고 싶다는 청년이 대다수인데 경제적으로나 주거 안정 측면에서 자가 마련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이유일 것"이라며 "집을 사고 싶다는 응답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청년들은 그 절실함의 차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청년이 원하는 부동산은 '3억 이하 아파트'

청년이 원하는 부동산.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년이 원하는 부동산.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년들이 주택 구입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역시 금액(40.1%)이었다. 주변 인프라(31.0%)나 출퇴근 거리(18.9%), 건축연도(4.3%)와 평수(4.0%) 등은 그보다 밑돌았다. 생활이나 거주 환경이 많이 불편하더라도, 가격대만 맞으면 일단 집을 구입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담 가능한 내 집 마련 금액으로 응답자 10명 중 8명(79.1%)이 3억 원 이하를 꼽았다. 이 중 1억 원 이하라고 답한 이들도 29.0%나 됐다. 9억 원 초과는 단 1.0%에 불과했다.

아파트 선호는 어느 세대보다 두드러졌다. '선호하는 주택 유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2.9%가 아파트를 꼽았다. 단독주택은 9.9%에 그쳤고 이어 오피스텔(4.1%), 연립·다가구주택(2.6%) 순이었다.

청년 다수는 '3억 원 이하 아파트'를 원하고 있지만, 이 가격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11월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2억8,900만 원)과 비슷하다. 지금은 5억1,330만 원으로 뛰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고사하고 지방에서도 이 꿈은 현실이 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부동산을 '사는(Buy) 것'(46.0%)이 아닌 '사는(Live) 곳'(53.9%)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조금 우세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81.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금융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전세, 월세 등 임대료 지원'(28.3%)보다 '주택 구입자금 지원'(71.4%)에 힘써야 한다고 답했다.

바닥에 떨어진 정책 기대감…다음 정부도 '글쎄'

다음 정부가 부동산 해결하나. 그래픽=송정근 기자

다음 정부가 부동산 해결하나. 그래픽=송정근 기자

출범 후 청년층을 위한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신혼희망타운 공급에 힘쓴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호응도는 낮았다. '청년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충분했나'는 질문에 82.5%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는 12.3%에 불과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3기 신도시 조성, 사전청약, 1인 가구 생애최초 특별공급 등 공급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었다. '3기 신도시 등 공급 정책이 효과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없다'는 답이 56.4%로 절반 이상이었다. '그렇다'는 28.5%였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듯 부동산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다음 대통령은 집값을 잡을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77.6%는 '못 잡는다'고 했다. '잡는다'고 답한 이들은 5명 중 1명(22.1%)에 그쳤다.

김영경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집값 급등으로 고민도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집 걱정 없이 살고 싶어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토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일보가 청년재단과 공동 기획해 전국 거주 만 19~34세 성인 남녀 6,42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7~26일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했다. 청년 대상 단일 주제 설문조사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표본수다.


김지섭 기자
이승엽 기자
최다원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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