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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청소년 방역패스… "질질 끌더니 결국 한 달 연기"

입력
2021.12.31 18:10
수정
2021.12.31 18: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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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3월 1일 시행 늦춰... 한 달은 계도기간

31일 서울의 한 학원에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31일 서울의 한 학원에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확실한 얘기도 없이 질질 끌다가 내놓은 방안이 고작 연기예요?"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경기 용인시의 학부모 이모(41)씨는 방역당국이 31일 내놓은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 시점 조정안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잠시 미뤄졌을 뿐 청소년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향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1월 24일까지는 1차 접종 마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12~17세 청소년 방역패스를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하되, 한 달의 계도 기간을 둔다고 발표했다. 청소년들이 학원과 독서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에서 3월 1일부터 유효한 방역패스를 활용하려면 1월 24일에는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적용 대상은 200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로, 내년 신학기 기준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해당한다.

단 계도 기간 중에는 방역패스 지침을 어겨도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3월 한 달이 계도 기간을 감안하면 적용 시점은 기존 2월에서 4월부터로 사실상 두 달 연기된 거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접종증명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주간·월간 이용자 관리가 가능한 시설인 학원의 경우 수강생 편의를 위해 접종증명을 월간 단위로 확인하도록 내년 1월 중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휴대전화가 없는 청소년은 종이 예방접종 증명서(온라인 또는 보건소·접종기관에서 발급)나 예방접종 스티커(주민센터에서 배부)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청소년 방역패스는 성인과 달리 유효기간이 없어 2차 접종 이후에는 계속 접종증명이 가능하다.

장고 끝에 내놓은 방안이...

방역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것치고는 너무 무책임한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내년 2월 1일부터 학원,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질병관리청, 한국학원총연합회(학원연합회) 등과 공동협의체를 꾸려 개선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후 약 한 달간 청소년 방역패스의 정확한 적용 시점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탓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47)씨는 "2월 1일부터 시행될 줄 알고 중2 아들을 접종 시켰는데 연기한다니 황당하다"며 "앞으로 유행 상황에 따라 청소년 방역패스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데, 정부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는 거냐"고 쓴소리를 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추후 감염병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면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종료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다.

반면 백신 접종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서울 마포구의 학부모 최모(44)씨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 불안한데, 아들은 가족과 친구들도 다 접종했으니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시점에 관계없이 본인도 주사를 맞겠다고 한다"며 "주변을 봐도 많은 학생들이 접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인 30일 0시 기준 12∼17세 청소년 1차 접종률은 73.0%, 2차 접종률은 49.1%다. 16, 17세의 2차 접종률은 71.8%지만 12∼15세는 아직 38.0%에 그치고 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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