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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미중 갈등, 우리가 왜 선택하나...그들이 우리에게 오게 할 것"

입력
2021.12.30 17:30
수정
2021.12.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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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임스 등 3개 영문 언론 공동 인터뷰서
"북미 회담, 바이든식 보텀업도 유용할 것"
"핵잠수함 보유 추진... 전술핵 배치는 반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인천 중구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인천=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인천 중구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인천=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9일 코리아타임스 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 양상을 두고 "우리가 선택을 강요당할 필요가 없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거냐는 질문에 답하기보다 그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코리아타임스와 로이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3개 영문 언론과 공동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신의 외교 노선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고 요약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이 후보는 "미중이 패권 경쟁 체제로 돌입하면서 우리의 입지가 매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둘 중에 하나 양자택일하자, 혹은 택일을 해야 된다 이런 입장은 매우 굴종적 자세"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우리의 군사력과 소프트파워까지 포함한 국력은 이제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모호성이라고 표현하지 말고 우리의 국익을 가장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과의 관계는 유일한 군사 동맹 관계로서 매우 중요하고, 이제는 군사 안보 측면에서 경제를 포함한 포괄 안보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게 좋겠다"면서도 "경제적으로 관련성이 높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연관이 된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도외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 '보텀업' 선호? "작은 것부터 큰 거래로 나아가야"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북미 협상에 대해 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식 '톱다운(정상회담 등 포괄 합의에서 구체적 합의로 전개)'보다 조 바이든식 '보텀업(구체적 합의에서 포괄적인 관계 개선으로 전개)'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가 선호했던 톱다운은 결과적으로 진척이 안 되면서 멈춰버렸다"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진행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실행 가능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시행해 나가자는 입장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하고 소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다시 이해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들을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거래로 나아가는 게 맞겠다"는 표현도 했다.

다만 그렇다고 정상회담의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진 않았다. "어떤 방식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정상회담과 거기에 맞춘 실무 협의가 동시에 상호작용을 일으켜 선순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 중인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이미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것이고, 작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가는 게 안 가는 것보다 낫다"면서 긍정 평가했다.



한일·한중 관계에는 "문제제기와 협력 투트랙"


2018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쿄=고영권 기자

2018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쿄=고영권 기자

한일 관계에 있어 이 후보는 과거사나 영토 문제와 사회경제, 문화적 교류 등의 문제를 구분하자는 '투트랙' 해법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일본은 매우 가깝고 무시할 수 없는 나라"라면서 "기본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이고 협력적 관계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나 영토 문제는 일본이 과거를 직시해 주면 좋겠지만 일단 현재 있는 문제니까 그대로 두고 사회경제나 문화 교류 부문과는 연결시키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는 수역 침탈과 문화 공정 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이 심화하지 않도록 중국 쪽이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목적으로 내건 '3불 원칙(사드 추가전개·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없음)'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당국 입장은 (3불 원칙이) 중국과 합의 아닌 우리의 일방적 선언이라는 것"이라면서도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으면 이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술핵 배치 주장은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 핵잠 보유, 미국과 협의"


2017년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한 모습. 미 해군 제공, 연합뉴스

2017년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한 모습. 미 해군 제공, 연합뉴스

코리아타임스와 함께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재명 후보가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추진한다는 공약에 주목했다. 이 후보는 "우리도 군사 주권을 가진 국가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저비용으로 장시간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잠 보유 추진 과정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때문에 진행을 못하는 것인데, 미국이 호주에 대해서 기술 이전을 하는 상태를 보면, 우리 역시 충분히 설득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른 나라하고 협력한다는 건 미국과 선을 긋겠다는 건데,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일각에서 제기된 '전술 핵무기 배치' 주장은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무모하고 무용한 안보 포퓰리즘"이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은) 동아시아에서 핵 개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요구할 명분이 줄어들고, 일본의 핵무장에도 한 명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모두가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를 깨는 것이고, 미국의 핵 우산을 통한 확장 억지 정책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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