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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홍콩 당국 탄압에 입장신문도 폐간

입력
2021.12.29 16:46
수정
2021.12.29 21:3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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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창간한 '입장신문'
홍콩 당국 '선동적 출판물 배포 공모 혐의' 적용
전현직 간부 6명 체포·4명 연행 직후 폐간 결정

패트릭 람(맨 왼쪽) 홍콩 입장신문 편집장 대행이 29일 홍콩 사무실에서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패트릭 람(맨 왼쪽) 홍콩 입장신문 편집장 대행이 29일 홍콩 사무실에서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민주 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 전현직 임직원 6명을 긴급 체포했다. 당국의 대대적인 탄압에 입장신문은 자진해서 폐간했다. 지난 6월 대표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폐간에 이어 홍콩 당국의 언론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입장신문 전 편집장과 편집장 대행 등 6명을 선동적인 출판물 배포를 공모해 형사범죄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했다. 또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된 이들의 주거지와 입장신문 사무실에 경찰 20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6,100만 홍콩달러(약 93억 원) 규모의 회사 자산도 동결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청푸이쿤 전 편집장과 패트릭 람 편집장 대행, 데니스 호 전 이사 등이 포함됐다. 청 전 편집장은 앞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찬푸이만 전 빈과일보 부사장의 남편이다. 청 전 편집장은 자신이 편집장을 계속 맡을 경우 당국의 압력이 거세질 것에 대비해 지난달 편집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체포된 임직원 6명 외에도 홍콩기자협회장인 론슨 챈 부국장 등 최소 4명의 입장신문 직원이 경찰에 연행됐다.

입장신문은 이날 오후 "경찰이 자사 현직원 임원 여러 명을 연행하고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해갔다"며 "이에 따라 즉각 운영을 중단하고 홈페이지를 포함한 모든 소셜미디어 업데이트도 중단했다"고 폐간을 발표했다.

홍콩기자협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기본법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경찰의 언론인 체포를 규탄했다.

홍콩 우산혁명이 한창이던 2014년 12월 창간한 입장신문은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의 시위대 탄압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해 주목받았다. 지난 6월 빈과일보가 홍콩 당국의 탄압으로 폐간되자 사흘 후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후원자ㆍ저자ㆍ편집자 보호 등을 위해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에서 황제ㆍ체제 비판을 이유로 필자를 숙청한 일로, 지식인에 대한 탄압을 뜻한다.

홍콩 검찰은 전날 빈과일보 창업자 지미 라이 등 빈과일보 간부 7명에 대해서도 선동적인 출판물을 출간ㆍ인쇄ㆍ판매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들은 이미 불법 집회 조직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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