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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확진자 '사상 최대' 경신하는 세계… 방역 고삐 조이기는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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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 나선 지 꼭 2년이 됐지만, 종식은커녕 연일 확진자 수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역사를 고쳐 쓰고 있는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특히 새 변이 오미크론 등장에 국민 10명 중 7, 8명이 ‘백신 보호막’으로 무장한 서방국가마저 확진자 수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각국 정부는 방역과 사회 서비스 정상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생각하면 강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어 확산세를 틀어막아야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각국마다 대응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가 맹위를 떨치는 유럽은 팬데믹의 새 중심지가 됐다. 프랑스는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9,807명이 나왔다. 현지는 물론, 유럽 내에서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확진자 규모다. 종전 최고치(25일 10만4,611명)를 기록한 지 사흘 만에 72%나 늘었다. 오미크론이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영국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12만9,47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나흘 전 최고 기록(12만2,186명)을 넘어섰다. 통신은 “집계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감염자 수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확진자 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남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탈리아(7만8,313명), 그리스(2만1,657명), 포르투갈(1만7,172명) 역시 ‘사상 최대 확진자’ 대열에 가세했다. 대서양 너머 미국에서도 이날 하루 44만1,278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코로나19 발발 이후 하루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 세계적으로도 신규 감염자 수는 역대 최대인 144만 명을 넘었다.
거센 확산세에 직면한 각국의 대응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프랑스는 부스터샷(추가접종)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내달 3일부터 주 3회 이상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대중교통과 극장 등에서도 음식 섭취가 불가능해진다. 반면 시민들의 발을 묶는 조치까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야간 통행 금지나 개학 연기 같은 강력한 규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되레 방역 수준을 완화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무증상자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열흘에서 닷새로 줄였다. 부스터샷을 맞은 경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격리를 면제하기로 했다. 영국 역시 백신을 맞은 경우 자가격리 기간을 열흘에서 이레로 줄였다. 아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나서 “새해 전에는 추가 규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 이상의 봉쇄는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 중이다. 이탈리아도 부스터샷을 맞은 경우 밀접 접촉자 격리 기간을 기존 7일에서 3~5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목숨을 잃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앞다퉈 봉쇄 조치를 단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백신 미접종 외국 여행자 입국 금지(핀란드) △여행자 입국 시 코로나19 음성 진단 결과 제출(스웨덴) 등 경계 태세를 높이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는 각국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민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방역 조치 강화가 필수다. 그러나 시민들의 발을 묶는 조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가까스로 회복한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ANSA통신은 “격리기간을 줄이지 않을 경우 생산활동에 마비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해 온 유럽 문화와도 배치된다. 게다가 그나마 인원 제한, 문화시설 폐쇄 같은 ‘저강도’ 규제에도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던 터다. 전날 독일 전역에서는 방역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졌다. 정부가 사적 모임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자 “개인의 문제”라고 반발한 것이다.
사법부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제동을 건 사례도 나왔다. 벨기에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26일부터 영화관과 극장 등을 문 닫게 한 정부 방침이 ‘비례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효력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부가 폐쇄 조치를 단행할 만큼 문화시설 내 감염이 위험한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폴 헌터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방역 강화는 국민 정신건강(피로도)과 경제 등 현실적 위험을 동반한다”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변이와의 공존’ 가능성이 느슨한 규제의 근거로 제기되기도 한다. 새 변이 확산 속도가 무섭지만, 중증 유발 위험이 낮은 만큼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둔 봉쇄보다는 방역 수준을 낮추고 의료 체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는 너무 빠르다. 확진자가 치솟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 관계자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앞으로 3~4주간 매우 험난한 여정이 놓여 있다”며 “유일한 희망은 (어떤 방식으로든) 심각한 합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줄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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