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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정권들이 자초한 우크라이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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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 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소련연방 해체로 독립한 지 3년이 지난 1994년 레오니드 쿠치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우크라이나는 친 러시아를 표방했다. 하지만 친러 정권의 부패와 무능은 2004년 대선에서 친 서방 후보의 당선을 가져왔다. 선거 직전 독살시도를 이겨낸 빅토르 유셴코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진 재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유셴코 정권 역시 파벌과 정치적 대립, 부패로 국민 지지를 상실했고 결국 다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하지만 야누코비치도 예외 없이 만성적인 부패와 파벌정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유럽연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유럽과의 협정을 취소하고,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함께 유라시아 관세동맹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반서방 행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고 위기를 느낀 야누코비치는 2014년 러시아로 도피했다. 다시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반러 행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배하던 크림반도의 군사 개입으로 대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야누코비치 정권 몰락 직후 현지 러시아 주민보호를 이유로 군대를 진입시키고, 지방정부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연방에 병합시켰다.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무력을 통한 해결책이 존재했던 것도 아니었다.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의 승리라고 환호했지만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G8(주요8개국) 정상회의 퇴출을 단행됐다.
크림반도 사태가 유럽에 던진 충격은 자못 컸다. 미국과 반세기 냉전을 벌이며 세계를 양분했던 소련 제국은 1991년 15개국으로 흩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제국의 몰락으로 해소된 줄 알았던 동서 갈등이 재연된 것이었다. 동서 갈등은 20세기 후반 유럽의 역사를 규정해온 최대 문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향후 유럽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유럽의 불확실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30년은 강대국에 낀 약소국 운명으로 치부하기엔 친러, 친서방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권력을 배분한 무능한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이번 사태에서 푸틴을 상대하는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그는 작년 선거에서, 주역을 맡았던 드라마 속 대통령처럼 실제로 대통령에 올라선 신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푸틴의 침공 위협에 ‘유머’로 조국을 지키려 하고 있다. 최근 정보책임자인 국가정보국장을 비롯 안보보좌관, 비서실장 등 정부 요처와 자신의 주변에 코미디언 시절 동료 30여명을 배치한 상태다.
젤렌스키는 극도의 긴장된 순간에도 유머를 잘 하기로 유명한데 국가 위기상황에도 대통령이 아닌 코미디언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정치 무경험을 참신함으로 여겨 그를 선택했지만 막상 국가운명이 걸린 준전시 대응을 아마추어 팀에게 맡겨 놓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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