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조건부 승인' 잠정 결론

운수권·슬롯 재조정 조건 달아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잠정 결론을 내렸다.

29일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잠정 승인하는 대신 두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재조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회수한 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분배하면 노선 독점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수권은 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슬롯은 항공사가 공항에서 특정 시간대 운항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을 말한다.

우선 공정위는 '항공비자유화 노선'에서는 잔여 운수권이 없어, 신규 사업자가 운수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운수권을 재배분하기로 했다.

항공비자유화 노선은 한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으로 다수의 유럽 노선이나 중국 노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수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된다.

공정위는 또 이들 회사가 갖고 있는 국내 공항의 슬롯도 일부 반납할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슬롯 반납 기준에 대해 “두 회사의 결합에 따른 점유율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운임 인상 제한과 서비스 축소 금지도 내걸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심사 보고서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발송할 계획이다. 이후 심사 결과에 대한 기업 측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 결론을 내더라도 모든 합병 절차가 끝나는 건 아니다. 미주와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당국 간 조치가 다르게 나오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제한성 판단, 시정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