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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근로장학생은 근로계약서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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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서울 소재 A대학에서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던 정모(25)씨는 11월 중순 해당 단과대 행정팀에서 "이번 학기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만 일하고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장학생 공개 채용이 예정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씨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들어올 때만 해도 공채 절차가 없었고, 일단 뽑히면 1년은 일하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행정팀에 "내년 2월 말까지만 일할 수 없겠냐"고 사정했지만 거절당했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는 항의하지 못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학교에서 사전에 정확한 근무기간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내년 초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근로계약서 없이 항의하다가는 시간만 뺏길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대학 근로장학생도 근로계약서를 쓰는 게 좋을까. 교내에서 일하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학업과 학비·생활비 마련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일자리지만, 정식 계약을 한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정씨의 사례처럼 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근로계약 도입 찬성론의 근거다. 반면 근로계약서를 쓰면 '사용자'로서 학교의 부담이 커질뿐더러 학생도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해 실질 수입이 줄어들 거란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근로계약서보다는 그에 준하는 서약서 작성으로 학생 권리를 보호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교내 근로장학생을 선발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B대학 관계자는 "교내 근로는 학교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교내 근로장학생은 장학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근로장학생과 근로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학생들의 근로조건 개선 효과를 강조한다. 학교로부터 사적업무 지시, 추가근무 강요 등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근로 도중 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이런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대학 근로장학생이든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사용자는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현행 방식이 학생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근로장학생이 근로계약서를 쓰면 대학에 고용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고, 이에 따라 학생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근로장학생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실질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제도 변경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로계약이 체결되면 학교는 학생을 근로자로서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선) 기존 편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장학생을 '장학생'으로 간주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학생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대학들이 국가 근로장학생 제도를 참고해 교내 근로장학생의 근무 조건을 보다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 근로장학생 모집 공고 때 정확한 근무기간과 피해 발생 시 처리 과정 등을 담은 설명서를 첨부한다. 또 근로장학생은 재단이 제시하는 서약서에 서명하는데, 주요 내용은 △주당 근로시간 준수 △추가 근무 땐 대학과 협의 △단순 업무, 근태관리 불가 업무 지양 등이다. 대학 등 일터에서 부당한 근무 지시나 통보를 하면 학생은 서약서를 근거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김남석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근로계약서를 도입하게 되면 사용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학교가 장학사업을 폐지할 우려가 있다"며 "설명서와 서약서는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교내 근로장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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